고요한 가을 계곡 속에서
새벽부터 비가 내리 던 날 오후 4시가 조금 안되어 계곡에 들어섰다. 부슬비가 하루 종일 왔는데 흐린 날씨와 달리 물은 더욱 맑았다. 물 온도도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하다고 느껴져 처음부터 물속을 첨벙첨벙 걸어 다녔다. 지난번 좋은 성과를 주었던 14번 로얄울프페러슈트(Royal Wulff Parachute#14) 훅을 달았다. 2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산천어 한 마리가 작은 소의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 바닥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다. 3번이나 훅을 쫓아 물 표면으로 올라 왔다가는 곧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줄을 걷어 메뚜기 훅을 달아 던지니 대번에 올라와서 큰 물보라를 일으켜 재빠르게 로드를 들었는데 훅만이 허공을 헤매고 놀라 줄행랑을 놓는 산천어가 보인다. 조금 넓은 소에서 물이 떨어져 포말이 이는 바로 위에 녹색 메뚜기 훅을 올려 놓았다. 훅이 물 표면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길다란 주둥이가 쑥 올라왔다가 내려 가지만 제대로 물지는 않았다. 다시 같은 장소에 훅을 안착 시키고 난 후 큼지막한 산천어 한 마리가 천천히 흘러 내려오는 훅을 쫓아 오는 것이 보인다. 소의 거의 마지막까지 조용히 따라 와서는 마지막 순간에 훅을 앞질러 가서 휙 돌아서 큰 입으로 꿀꺽하고 삼킨다. 전장 22센티미터로 꽤 괜찮은 크기의 산천어 였다. 이미 한 마리를 잡았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낚시 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천천히 그리고 침착하게 케스팅 해 나간다. 두 번째 넓고 깊지는 않은 소의 오른쪽에 서서 상류 쪽으로 첫 백헨드 캐스팅을 하였다. 항상 그렇듯이 소의 뒤쪽 부분부터 탐색하기 위해 일부러 제일 좋아 보이는 위치를 살짝 피해서 안착 시켰다. 몇 초나 흘렀을까? 잠시 후 산천어 한 마리가 고요한 물 표면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는 메뚜기 훅을 덮친다. 로드를 들어 올렸을 때 조금 늦은 감이 있었는데 제대로 물었다. 꽤 무겁게 끌려오는 것으로 미루어 큰 녀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큰 녀석을 걸었다가 티펫줄이 터졌던 기억이 나서 재빠르게 가까운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