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누치

중국 베이징 바이허강(白河) 플라이낚시

2025년 5월7일, 플라이낚시동호회(黑龙江飞钓联盟) 친구 다섯 명이 하루 동안 누치(Skin Carp, 重唇鱼)를 대상어로 플라이낚시를 진행하기 위해서 모였다. 약속한 오전 9시가 가까워지자 베이징 북쪽에 있는 바이허강(白河) 강가에 있는 캠핑장(白河湾生态艺术营地)에 하나 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4명 모두 유로 님핑 전용 플라이낚싯대(낚싯대가 길고 장거리 캐스팅을 하기에는 너무 연질인 낚싯대)와 채비를 했다. 색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들 자신들이 만들어온 14번 크기 정도의 텅스텟 스롯티드 지그 훅(Tungsten Slotted Jig #14)을 달았다. 나는 일반 3번 플라이로드에 최근 계류형 무지개송어 낚시터에서 사용했던 시안성 좋은 10번 크기의 노란색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10, Yellow)을 달고 훅 아이에 다시 1.2호(4X) 낚싯줄을 1.5미터 묶고 그 끝에 박종운 사장님이 만들어주셨던 12번 크기 몬타나 스톤 훅(Montana Stone #12, Black and Red)을 달았다. 물이 흐려서 큰 훅이 누치 눈에 더 잘 띌 것 같았다. 일행들은 나에게 수심이 깊은 곳 물속 구조물(바위) 뒤를 집중 공략하라고 알려주었다. 지난주에 같은 자리에서 이러한 공략법으로 여러 마리의 누치를 잡았다고 했다.

이날 모두들 낚시도 집중도 있게 열심히 했지만 틈틈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 나는 그들의 낚시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모두들 플라이낚시를 꽤 오랜시간 열정을 가지고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공통된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로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꽤 오랜만에 공통된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냈다.

작년부터 바이허강 상류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올해도 여전히 흙탕물이 내려온다. 이날 강가에는 예전에 그렇게 많던 피라미(Pale Chub, 宽鳍鱲)도 끄리(Piscivorous Chub, 马口鱼)도 보이지 않았고 누치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추측에는 상류에서 시멘트 물이 내려왔거나 혹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오염물질이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다. 산에서 아주 적은 양의 물이 내려오는 곳에 알 수 없는 물고기 치어들을 보았다. 3주전 곡우(谷雨)쯤에 이곳에서 많은 수의 누치 산란이 관찰되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산란은 모두 끝난 것 같았고 왠지 산란 후 하류로 모두 이동했거나 깊은 곳에 숨어서 먹이 활동을 아이에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딱 한 번 점심을 먹기 전에 강가에 3명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폭이 넓지 않은 강 건너편 바위 그늘과 햇볕이 드는 경계선에서 길쭉한 황금색의 주둥이가 쑥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이곳에서 매년 누치를 잡고 있는 친구들은 보통 이른 오전이나 오후 해지기 직전 수서곤충들이 우화할 때 큰 바위가 많은 강가 얕은 곳에서 크고 작은 누치가 그런식으로 주둥이를 물 밖으로 내며 먹이 활동을 한다고 했다. 나는 언젠가 이 강에 흙탕물이 내려오지 않는 시점이 오면 그때 꼭 다시 한번 누치 플라이낚시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결국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풍경만은 최고였다. 베이징 근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우리는 오후 3시까지 누치는 고사하고 끄리등 어떤 다른 물고기들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자 많이 지쳤다. 두 명은 저녁에 바이허강(白河)에서 텐트를 치고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명은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저녁 야영을 할 예정인 두 명은 좀 더 하류 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해서 다시 한번 누치 플라이낚시를 시도한다고 했다(다음 날 물어보니 하류 쪽도 이상하게 물고기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이 강에서 갑자기 물고기가 사라진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지 추측을 할 뿐이었고 우리는 상류에서 뭔가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만드는 화학약품(시멘트 물등)이 떠내려 온 것이라고 추측했다. 너무나 멋진 풍경이었지만 강이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려도 응답 없는 강에 몸과 마음이 지쳤갔다.

큰 기대를 품고 오전 일찍 도착하여 낚시를 시작했지만 다섯 명 모두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2024년 봄부터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바이허강(白河) 상류에서 흙탕물이 내려오고 있다. 강이 하루빨리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할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멀리서 온 플라이낚시 친구들과 서로의 다양한 플라이낚시 경험을 나누며 나름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만약 물고기도 잡았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인생이 그렇듯이 항상 우리가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했다. -2025.5.7 SHINHOCHUL

중국 베이징의 바이허강(白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