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와 송어는 서로 다른 물고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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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와 송어는 계곡에서 암컷 산천어 혹은 암컷 송어의 배에서 같이 태어나서 하나는 계곡에서 자라고 하나는 먼바다로 나가 자랐을 뿐 같은 물고기(Masou Trout)이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 송어가 계곡으로 올라와 산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대부분 방류한 산천어로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하지만 산천어(혹은 송어)와 무지개 송어(Rainbow Trout)는 다른 물고기이다.
무지개 송어 암컷 혹은 스틸헤드(Steal Head) 암컷의 배에서 태어나 강에서만 자라면 무지개 송어가 되고 바다로 나가 덩치를 키워 다시 강으로 올라오면 스틸헤드가 된다. 무지개송어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1965년 1월에 강원도에서 양식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최초로 1만 개(작은 스티로폼 상자)의 무지개송어 알을 수입해 양식하기 시작했다.
송어(Masou Trout)는 바다에서 자라고 산란을 위해 계곡으로 올라와 산란 후 생을 다하지만 무지개 송어(Rainbow Trout)는 강으로 올라와 생활하고 여러 번 산란한다. 해수에서 민물로의 적응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어과 물고기가 민물로 올라와서 산란 후 죽지만 스틸헤드(무지개송어)는 특이하게도 산란 후에도 건강하게 다시 바다로 돌아가 영양을 보충하고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동해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천(川)에서는 산이 붉게 물드는 가을이 되면 바다에서 산천어보다 좀 더 큰(50센티미터 정도의) 송어(Masou Trout)가 산란을 위해 강으로 올라온다. 바다에서 올라온 수컷 송어의 몸은 곱게 물든 단풍잎과 같은 붉은빛을 띤다. 암컷 송어는 은빛이다. 이때 2년 전 같은 알에서 부화했지만 바다로 나가지 않고 산천(山川)에서만 자란 작고(25센티미터 정도) 녹색의 파마크로 예쁘장한 산천어도 송어들의 산란에 참여한다. 치어 때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송어는 이 파마크가 서서히 사라진다.
높은 산의 눈이 녹기 시작하는 3월이 되면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는 송어가 바다 어부들의 그물에 잡혀 어시장에서 참송어(Masou Trout)라는 횟감으로 판매된다. 바닷가에서는 맛있는 물고기 앞에 '참'자를 붙인다. 이 때 비슷하게 생긴 개송어라는 물고기가 잡히는데 곱사연어(Pink Salmon)라고 한다.
알을 낳을 자리는 암컷이 선택하고 만드는데 수컷들은 이때 알자리를 만드는 암컷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암컷이 산란하는 수간을 놓치지 않으려 주시하며 다른 수컷(송어, 산천어)들을 경계한다. 바다에서 올라온 암컷 송어와 수컷 송어는 산천어에 비해 덩치가 크기 때문에 수컷 산천어들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기회를 노린다.
산천어들은 이때 어떻게 자신들과 덩치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송어가 자신들과 같은 종이고 수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자연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보면 신기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바다로 나가지 않고 계곡에 남았던 암컷 산천어들은 덩치 큰 송어들이 접근하기 힘든 계곡 상류에서 수컷 산천어들과 산란한다. 수십 년 전 서해로 흐르는 어느 강의 최상류 계곡에 방류한 산천어들이 가을 계곡에서 자신들만의 산란을 하며 개체 수를 유지하는 것을 수년간 관찰했다.
옛날 사람들은 계곡의 예쁘장한 산천어와 바다에서 잡히는 송어가 같은 물고기라는 것을 알았을까?
왜 산천어는 계곡에 남고 송어는 바다로 내려갈까?
수년간 산천어 플라이낚시를 하면서 추측하기에 첫 번째 이유가 생존이고 두 번째 이유가 먹이 경쟁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계곡은 다른 육식성 물고기가 하류에 비해 적어서 생존에 유리하지만(그래서 장어 치어도 산속 계곡 깊은 곳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닐까?) 대신에 공급되는 먹이에 한계가 있다. 계곡은 부화하는 모든 산천어를 먹여살릴 수 없다. 그래서 치어 때 강한 개체만 계곡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위험하지만 먹이가 풍부한 하류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실제 20센티미터에 가까운 산천어는 계곡의 작은 소 하나에 1마리 정도로 남는다. 하류에서 올라오는 작은 물고기 수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은 벌레들과 수서곤충이 산천어의 주요 먹이가 된다. 그래서 산천어는 텃새가 강하다. 산란철(혹은 먹이가 아주 풍부한 계곡)이 아니라면 2마리 이상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바다로 나간 송어는 먹이가 풍부한 대신 숨을 곳이 없고 다른 큰 육식어종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를 지어 다닌다(해당 부분은 개인적인 추측이다).
그럼 왜 연어 치어는 모두 바다로 내려갈까?
이 부분을 나는 잘 모르겠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산천어가 9월에 산란하고 연어가 11월에 산란하니 산천어 치어가 더 빨리 부화하고 연어 치어에게는 자연히 텃새를 부려볼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연어 치어를 민물에서만 길러보면 어떻게 될까? 느낌으로는 될 것 같은데 알 수 없다.
산천어의 일반적인 수명은 2년이다.
그래서 산천어 양식에는 유통의 어려움이 있다. 무지개송어는 4년 6년을 길러도 덩치만 커질 뿐 죽지 않지만 산천어는 대부분 수명이 2년이다. 그래서 반드시 2년째에 판매를 해야 한다.
자연에서 플라이낚시로 산천어를 잡다 보면 아주 간혹 전장 36센티미터의 개체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대부분이 25센티미터 정도이다. 양식장에서 1년 365일 충분한 먹이를 공급하여 2년 동안 36센티미터까지 길러낸다. 그래서 나는 자연에서 산천어는 평균 한 달에 1센티미터 정도 큰다고 보고 간혹 잡히는 36센티미터의 산천어는 운 좋게 3년을 산 산천어라고 추측한다.
깊은 산속 계곡에서 발견한 거대하고 신비한 물고기, 산천어
어려서부터 계곡과 강으로 바다로 수없이 많이 물고기를 잡으러 돌아다녔지만 산속 계곡에서 한 번도 산천어를 보지 못했다(믿지도 않았다). 과연 산속 계곡에 그렇게 커다란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2014년 강원도 고성의 소나무 숲속 어느 계곡에서 물 표면에 떠내려오는 수서곤충을 사냥하는 산천어를 직접 보기 전까지 정말 일을까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동해로 흐르는 계곡은 서해로 흐르는 강들에 비해 많이 짧고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산천어를 키울 수 없다(그래서 대부분이 바다로 나가 송어가 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계곡의 산천어를 잡아먹기 시작하면 산천어는 금방 사라져버릴 것이다. 바다에서 송어가 올라와 산란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하구가 모래로 막혀 있어 이조차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낚시 장르이던 산천어와 같이 개체 수가 재한적인 어종에 대해서는 반드시 Catch & Release 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5.20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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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어(산천어) 바다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송어(Masou Tr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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