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면 지혜, 가면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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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다음 주 플라이낚시를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지고 의논했다. 일기예보는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예상하고 있었다(최고 영하 7도 최저 영하 14도에 흐리고 약간의 바람). 나는 궁금했다 "이렇게 추운 날 플라이낚시는 어떤 느낌일까?"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좀 더 강했고 "안 가면 지혜, 가면 낭만"이라는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가에 내려서는 순간 나는 내가 한 말을 후회했다.
바닥이 압축한 털(Felt Sole)로 만들어진 계류화는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얼어 붙어 무거운 돌덩어리가 달린 것 처럼 무거워졌고 신발에서 흘러 내리는 물에 계류화와 바닥의 큰 돌은 쩍쩍 달라 붙었다. 손가락 끝은 감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팠다. 훅을 교체하고 목줄을 바꾸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양말 밑에 붙인 손난로는 바람이 통하지 않아 전혀 뜨거워지지 않았다. 여분의 손난로를 얇은 장갑 안에 넣으니 금방 따뜻해졌다. 철수할 때는 웨이더 밑에 달린 신발에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덮개(Gravel Guards)가 얼어 붙어 웨이더를 벗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웨이더를 입고서 집으로 왔다. 따뜻한 물을 뿌리고 나서야 웨이더를 벗을 수 있었다.
손가락 끝에 낚싯바늘이 유난히도 자주 그리고 유난히 깊이 박혔다. 모두 미늘 없는 바늘이기는 했지만 바늘이 통째로 손가락을 파고든 모습은 공포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손에 감각이 없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과장 조금 보태면 이날 물고기를 건 횟수보다 손가락을 건 횟수가 많을 것이다.
가끔 구름 사이로 햇살이라도 비추거나 잠깜 바람이라도 멈추면 그나마 참을 만 했다. 물고기들도 그물에 들어올려지는 순간 얼어 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물속이 훨씬 더 따뜻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그물을 높이 들지 않고 물속에서 훅을 빼려고 노력했다.
산천어의 개체수가 예상보다 많았고 건강한 무지개송어, 황금무지개송어, 브룩송어가 대부분 이었다. 커다란 타이멘(Taimen)과 브라운송어, 상배체무지개송어(Triploid Rainbow Trout)도 있는데 가져간 님프훅에 잘 반응하지 않았다. 큰 물고기를 노려보고 싶어서 텅스텐 비드와 10번 훅을 연결한 스트리머를 여러 종류 만들어 갔는데 한 가지 훅에 물고기들이 꽤 잘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금방 큰 물고기의 바늘 털이에 훅을 잃어버렸다. 확실하지 않아 한 개씩만 만들어 갔기에 여분의 훅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떤 스트리머 훅에 잘 반응하는지 확인 했다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로 님핑과 드라이 훅을 겸용 할 수 있는 리더 줄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지금은 포기했다. 가능하지만 어느 쪽도 온전히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은 낚싯대 두 대를 가지고 다니는 방법을 시도했다. 한 대는 유로 님핑용으로 한 대는 드라이 플라이 훅이나 스트리머를 멀리 캐스팅하는 용도로 준비 했다. 허리 오른쪽 밸트에 플라이 로드 고정 도구(Rod Holder, Belt Clip Type)를 연결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라이 로드 손잡이 부분을 눕혀서 허리에 걸어두는 방법인데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플라이 로드가 흘러내리는 등 불편했지만 요령이 조금 생기니 꽤 괜찮다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교체가 가능해서 답답함이나 아쉬움이 없었다. 앞으로는 한 동안 이 방법을 사용할 것 같다.
깔따구(Midge) 유충(갈색)과 번데기(빨간색)를 모방한 12번과 16번 크기의 텅스텐 지그 훅을 3가지 만들어 갔는데 잘 먹히지 않았다. 훅 자체의 문제보다는 해당 장소 혹은 해당 시점에 깔따구 유충이 많지 않아서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빠른 여울의 녹색 날도래 유충을 모방한 플라이 훅(Tungsten Jig Nymph 005, #12)은 잘 먹혔다.
이날은 힘들게 낚시를 하면서도 여러 가지 훅을 최대한 자주 교체해가며 낚시하려고 노력했다. 한 가지 훅으로 3마리 정도를 잡으면 교체하는 방법인데 확실히 실제 그곳에 살고 있는 수중 생물을 모방한 플라이 훅에 잘 반응했다. 플라이낚시에서 "Match the Hatch"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개념임을 최근 들어 강하게 느끼고 있다. 낚시하는 곳의 물속 먹이 생물을 관찰하고 비슷한 플라이 훅을 사용하려는 노력은 대부분의 경우 좋은 조과로 연결되었다.
0.4호(0.11mm) 목줄이 챔질이나 랜딩하는 과정에서 몇 번 끊어졌는데 추워서 낚싯줄의 탄성이나 강도가 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추위에 내가 예민하게 낚싯줄 상태를 점검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추측에는 유난히 추운 날씨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어쩄든 앞으로 극한의 추운 날씨에서는 0.6호나 0.8호 등 조금 두꺼운 목줄을 사용해야겠다고 느꼈다.
이날 우리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가 넘어가도록 점심 먹는 시간을 빼고 거의 7시간을 물속에서 혹은 물가에서 플라이낚시를 진행했다. 힘들었던 만큼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많은 하루였다. 예상했던 어려움(가이드에 얼음이 얼어붙는 등)은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경험해 보았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경험의 축적이 지금 당장은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2026.1.19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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