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배파쿠 플라이낚시

중국 베이징 유료 낚시터 플라이낚시

최근 바다 플라이낚시를 위해서 8번 장비(8wt Gear)에 익숙해지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루어낚시 하는 친구에게서 붉은배파쿠(Red Bellied Pacu, 短盖肥脂鲤) 낚시를 같이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베이징의 집에서 징쳥까오수(京承高速) 고속도로를 타고서 3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유료 낚시터(顺义路飞大白鲳路亚)였다.

붉은배파쿠는 아마존강이 원산지인 우리가 잘 아는 이빨이 있는 물고기라는 뜻의 피라니아(Piranha, 纳氏臀点脂鲤)를 굉장히 많이 닮은 담수 물고기로 3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피라니아와 다르게 최대 88센티미터, 25킬로그램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이다. 이날 유료 낚시터에서 잡힌 가장 큰 붉은배타쿠는 약 50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였다. 8번 로드(8wt Rod)로 제압하기에 딱 적당한 크기와 무게였다. 붉은배파쿠는 힘과 무게가 굉장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만약 훅을 깊이 삼켜 이빨에 줄이 걸리면 두꺼운 낚싯줄도 단숨에 끊어졌다.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물고기이지만 양식장에서 사료로 양식하여 유료 낚시터에 풀어놓았다고 했으므로 그 전날 예전에 무지개 송어 유료 낚시터에서 만들어 효과를 보았던 송어 양식장 사료 훅(Trout Farm Feed #8, Black)과 혹시 몰라서 검은색 울리버거 훅(Woolly Buger #8, Black) 그리고 인디케이터 님핑에서 인디케이터 용으로 사용할 부력 좋은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8, Yellow)을 타잉해서 준비했다. 고무 딱정벌레 훅은 어차피 부표로 사용할 것이어서 다리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다리를 달지 않아도 물어줄 녀석들은 물어줄 것 같았다(간혹 수면에서 무언가를 삼키는 먹이 활동이 관찰되었지만 해당 드라이 훅은 한 번도 물지 않았다).

8번(8wt) 로드(Rod)에 8번 릴(Reel), 8번 플라이 라인에 14호(0.62mm) 카본 줄 1미터, 12호(0.60mm) 카본 줄 1미터, 10호(0.55mm) 카본 줄 1미터를 연결했다. 5호(0.37mm) 카본 줄은 입질 순간 너무 잘 끊어졌다. 10호 카본 줄도 한 마리 잡고 나면 물고기 이빨에 줄이 쓸려서 너덜너덜 해 졌다. 훅에 가까운 부위를 잘라내고 다시 묶어서 사용했다. 후에 루어 하는 친구가 팔자도래와 고리도래가 연결된15센티미터 와이어 줄(0.45mm)을 주어서 티팻과 훅 사이에 연결해서 붉은배타쿠의 이빨에 티팻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8번 플라이 라인이었기에 어느 정도 무게도 편하게 캐스팅이 가능했다.

아침 7시 30분에 유료 낚시터에 도착했다. 아직 다른 손님들은 없었다. 4개의 연못이 있었다. 하나는 대물들이 들어있는 연못, 하나는 조금 작지만 마릿수가 많은 연못, 하나는 배스 연못, 하나는 비어있는 연못. 나는 대물 연못에서 8호 로드(8wt rod)를 조립했다.

먼저 8번 크기의 검은색 울리버거 훅(Woolly Bugger #8, Black)을 5호 티팻(Tippet) 끝에 달아 캐스팅했다. 여러 가지 움직임을 주며 연못 구석구석을 탐색했지만 어떤 물고기도 반응하지 않았다. 너무 낯선 환경에서 낯선 장비들로 낯선 물고기를 잡으려다 보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탐색하다가 인디케이터 님핑 방식으로 바꾸었다. 부력 좋은 8번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8, Yellow)에 5호 목줄을 1.6미터 연결하고 그 끝에 8번 크기의 송어 양식장 훅(Trout Farm Feed #8, Black)을 달았다. 로드를 찔러 수심을 확인하니 대략 1.8미터 정도의 수심이 나왔다. 바닥에서 20센티미터 정도 띄운다는 계획이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커다란 노란색 훅이 수면에서 사라졌다. 챔질과 동시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묵직한 힘이 8번 플라이 로드를 끌고 갔다. 어느 정도 강하게 잠가둔 드랙이 풀려나갔다. 그렇게 3분 정도를 버티자 드디어 처음으로 붉은배파쿠를 그물에 담을 수 있었다. 4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크기였다. 8번 플라이낚시에 딱 맞는 무게와 힘이었다.

그렇게 한 마리 잡고 다시 울리버거 훅으로 교체해서 캐스팅하고 있는데 낚시터 사장님이 다가오셨다. 처음 와 보는 것이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디론가 사라지시더니 살아있는 구더기를 한 대야 가득 가지고와서 내가 훅을 캐스팅한 곳에 뿌려주셨다. 그러고는 훅을 바닥에 가라앉힌 후 짧게 끊어주며 최대한 천천히 당겨보라는 것이었다. 시키는 데로 하고 있는데 금방 붉은배파쿠가 엄청 엄청난 속도와 무게로 훅을 물고 달려나갔다. 또 다시 3분 정도 힘겨루기를 하다가 그물에 담았다. 처음 개체보다 조금 작았지만 엄청난 힘이었다.

그리고 다시 캐스팅해서 같은 방법으로 검은색 울리버거 훅(Woolly Bugger)을 끌었는데 바로 또 한 마리가 물었다. 그렇게 3마리 정도를 정신없이 잡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힘을 쓰는 녀석을 걸었다. 한참 후에 올라온 녀석은 7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커다란 초어(Grass Carp, 草鱼) 였다. 최대 2미터까지 크고 55킬로그램까지 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어디선가 낚시터 사장님이 갑자기 나타나셨는데 초어가 연못의 수초를 깨끗하게 먹어주어서 도구 물고기로 기르고 있다며 빨리 물속에 넣어주라고 하셨다. 생각지도 못하게 처음으로 초어를 잡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점심 먹기 전까지 정말 많은 수의 붉은배파쿠를 잡았다. 훅의 운용이 익숙해지고 나서는 처음처럼 어렵지 않았다. 단지 훅 앞에 와이어 줄을 묶기 전에는 여러 번 5호(0.37mm), 7호(0.43mm) 굵기의 티팻을 끊어 먹었다. 10호(0.55mm) 카본 줄도 운 좋게 한 마리 건지고 나면 날카로운 이빨에 너덜너덜해져서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다음번 바다낚시 준비에서 와이어 줄을 추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트리머 훅에 좀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줄 수 있는 묶음(Non-Slip Loop Knot)도 익히게 되었다. 동시에 8호 장비(8wt Gear)가 더 많은 에너지가 넘치고 큼직한 바다 물고기들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가벼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3번 장비(3wt Gear)만을 고집했는데 최근 8번 장비(8wt Gear)를 손에 익히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상어종의 무게에 따라서 그에 맞는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요즘 들어서 처음으로 하고 있다. 비록 장비가 많아지고 새로운 무게의 장비에 익숙해져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효과는 그러한 번거로움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새로운 장비들을 이미 충분히 실험하였고 어떤 부분들을 보충해야 할지도 계획이 생겼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나서는 물고기 잡는 것이 그렇게 급하지 않아졌다. 마침 재미있는 방식으로 낚시하고 계신 분이 있어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쯤 말린 망고를 1/0호 바늘에 꿰어서 붉은배파쿠를 잡고 있었다. 루어 낚싯대의 줄을 팽팽하게 잡고 있으면 붉은배파쿠가 망고를 건드리는 것이 느껴지다가 입에 넣고 돌아서는 순간 챔질을 했다. 예상외로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분은 의사로 시작해서 부동산 회사 초기 투자자로 성공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었고 지금은 전기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의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서 일반 가정부터 공장, 도시 건설까지 적용하는 연구팀을 이끌고 있었다. 최근 계약 하나를 성사시키고 잠깐 쉬러 왔다고 하였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삶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굉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삶의 위험성과 외로움도 엿보이는 듯했다. 그래도 최소한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후에 그 분과 낚시터에 앉아서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열심히 설명해 주셨고 나도 열심히 물었지만 결국 반은 이해하고 반은 이해하지 못했다.

상세한 내용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대하는 태도에서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항상 의미를 찾을 수 있지도 않고 그래서 방황하고 때론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실패를 밥 먹듯이 하고 때론 지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때론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것. 서로의 모습에서 그런 공통점을 보았던 것 같다.

이곳 유료 낚시터 사장님은 5월에 붉은배타쿠를 남쪽 지방에서 운송하여 연못에 풀었고 9월이 되면 다시 모두 잡아서 남쪽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그래서 베이징의 유료 낚시터에서 붉은배타구를 잡아 볼 수 있는 기간은 5월에서 9월 사이이고 기온이 높은 7월, 8월이 가장 먹이 활성도가 높을 때다고 했다. 특히 해지기 직전에 먹이 활성도가 올라가는데 수면에 떨어지는 거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만 낚시할 계획이었기에 아쉽게도 드라이 훅으로 붉은배타쿠를 잡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플라이 릴과 플라이 라인을 포함한 무게와 플라이 로드의 균형이 잘 맞을 경우 하루 종일 캐스팅을 해도 생각보다 팔에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비싼 장비는 아니지만 세트로 판매하시는 분이 그러한 균형을 잘 맞추어 주신 것 같다. 오히려 크고 무거운 물고기를 하루 종일 걸고 끌어내는 과정이 팔과 몸에 무리가 많이 갔다. 야생에서는 그렇게 많은 물고기를 걸기는 쉽지 않겠지만 분명 더 넓은 공간에서 더 큰 지구력을 가진 물고기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체력을 요구할 것이다. 무엇을 하던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친구 덕분에 최근 열심히 연습한 8번 장비(8wt Gear)에 적합한 물고기들을 충분히 걸어보면서 장비와 훅의 운용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최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낚시를 다니면서 혼자 하는 것 보다는 같이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들을 더 빠른 속도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플라이낚시, 정말 배울 것들이 많은 장르이다. -2025.8.19 Shin Ho Chul

송어 양식장 훅(Trout Farm Feed #8, Black)을 물고 올라온 붉은배파쿠(Red Bellied Pacu, 短盖肥脂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