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최근 며칠간 가물치(Snakehead, 黑鱼) 플라이낚시에 푹 빠져있다. 야생미가 철철 넘치는 커다란 가물치가 진지하게 훅을 따라오는 모습은 매력 있다. 평소에도 불쑥불쑥 가물치가 훅을 쫓아오던 장면이 떠오르고 가슴이 설레인다.
오늘은 본래 낚시 계획이 없었는데 어제저녁 플라이낚시 동호회에서 연락이 와서 최근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시도하고 있는 다른 3명의 회원들과 같이 베이징의 차오바이허(潮白河)를 찾았다. 모두들 집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5시 반쯤에 목적지에서 만났다. 사실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10)의 경우 가물치가 보일 때 챔질이 유리하여 물속이 잘 보이지 않는 새벽보다는 물속도 잘 보이고 가물치의 활성도도 올라오는 오후 시간이 유리하지만 개구리 훅의 경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나는 3호 로드(Rod)에 10번 크기의 검은 거러미 훅(Black Leech #10)을 사용하데 오전 보다는 오후가 유리했다. 그래서 나는 우선 새벽에는 주로 다른 친구들의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관찰할 계획이었다. 모두들 5호 로드에 각자 만들어온 커다란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을 달았다.
이날 새벽에는 바람이 유난히 심하게 불었다. 바람에 수면이 심하게 출렁였는데 5호 플라이 로드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큼직한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을 그럴싸하게 캐스팅하는데도 훅을 공격하는 가물치는 없었다.
그렇게 4명이서 강가를 따라 이동하다가 언덕 뒤에 바람이 막혀 수면이 고요한 그럴듯한 장소를 발견했다. 강가에 갈대가 무성하고 물속의 수초는 수면까지 올라와 덮고 있었다. 가만히 관찰하면 간혹 물 위로 숨을 쉬로 올라오는 커다란 가물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 한 명이 대표로 물속에 들어가 이곳을 공략했다. 몇 번의 캐스팅에 가물치 한 마리가 커다란 개구리 훅을 물고 들어갔다. 몇 초 기다리다가 챔질했는데 훅은 힘없이 쑥 뽑혀져 올라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개구리 훅을 갈대숲 가까이 던져 몸 쪽으로 끌어오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물치는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난폭하게 훅을 덥쳤다. 친구는 순간적으로 기다릴 생각도 못하고 플라이로드를 높이 들었고 제대로 훅에 걸린 가물치의 몸부림에 수면은 곳 새가 물에 빠져 퍼덕이는 것처럼 난장판이 되었다. 그렇게 이날의 첫 가물치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 6시쯤이었다.
우리는 그때부터 바람이 닿지 않는 조용한 수면을 찾아다녔고 여러 번의 가물치 입질을 받았지만 훅킹에는 실패했다. 개구리 훅의 경우 분명 가물치의 입질 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훅킹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심지어 플라이 로드가 크게 휜 후에도 훅이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날 여러가지 개구리 훅을 사용했는데 배가 하얗고 등이 녹색인 훅이 효과가 좋았고 훅을 물에 띄웠을 때 머리쪽(눈)은 수면위로 뜨고 엉덩이 쪽은 물에 살짝 잠기는 형태의 훅이 효과가 좋았다. 어떤 훅은 수면에 띄웠을 때 수직으로 서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훅은 효과가 떨어졌다.
나는 새벽에 멀리 수초가 수면까지 올라와 있는 곳들을 찾아 10번 크기의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10)으로 노렸고 5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커다란 가물치가 여러 번 바로 앞까지 쫓아왔지만 어느 순간 쫓아오는 것을 멈추고는 곧 사라졌다. 가물치는 꽤 먼 거리를 포기하지 않고 훅을 쫓아왔는데 한번 포기하고 뒤돌아선 훅은 다시 쫓아오지 않았다. 훅을 물기 직전에 몸을 반쯤 접어서 순간적인 속도를 내려고 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였고 결국 훅을 덮치지는 않았다. 훅의 형태 혹은 내가 훅에 준 움직임 등 무언가 가물치에게 의심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게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 장소에서 여러 마리의 가물치가 따라왔는데 물지 않았다면 일단 장소를 옮겨 다른 가물치를 노려야 한다. 그렇게 30분이나 1시간 정도 후에 다시 오면 다시 훅에 반응한다.
물가에서 10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가물치를 발견하고 바로 앞에 커다란 거머리 훅을 떨어뜨렸더니 너무 쉽게 다가와서 훅의 머리쪽을 덮쳤는데 훅킹은 되지 않았다. 왠지 작은 개체일수록 조심성보다는 호기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일단 입에 넣고 본다는 느낌이 있었다.
오전 늦게까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가물치 플라이낚시가 쉽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넘어가서야 바람이 약해졌고 가물치들이 강가 수면으로 올라와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성이 많았고 거머리 훅을 적극적으로 따라오지 않았다. 멀리서 느껴지는 인기척에도 줄행랑을 쳐서 캐스팅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수풀에 훅이 자주 걸렸는데 결국 이날 플라이로드 끝(Tip)이 부러졌다. 게으름으로 로드를 훅과 일자로 하고서 줄을 당기는 것이 아니고 로드를 강하게 뒤로 휘둘러서 훅을 빼려는 시도를 많이 하다 보니 로드에 무리가 간 것 같다. 초창기에 계류에서 산천어 플라이낚시를 하다가 바위 위로 넘어지면서 훅을 부러뜨린 후로 처음 로드를 부러뜨렸다. 앞으로는 이러한 부분들을 좀 더 주의해서 플라이로드를 다루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막 가물치들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그대로 철수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로드 끝이 부러진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캐스팅이 되어서 그냥 낚시를 계속했다.
1시 30분이 되자 드디어 가물치들이 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면에서 작은 물고기떼 뒤를 따라가던 40센티미터 정도되는 가물치 앞에 10번 크기의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10)을 캐스팅했고 가물치는 훅이 떨어지자마자 큰 거품을 내며 훅을 삼켜버렸다. 하루 종일 옆에 차고 다니던 뜰채로 드디어 가물치 한 마리를 뜰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 단단히 화가 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 훅을 문 입을 열지 않았다. 훅을 빼기 위해 들고다니는 포셉(Forcep)으로 아무리 힘을 주어도 굳게 다문 가물치 입은 열리지 않았다. 후에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가물치 입벌리개”라는 전문 도구가 있을 정도로 큰 가물치는 입 벌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동안은 열심히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다닐 계획이어서 재빠르게 하나 주문했다.
결국 오늘 낚싯대가 부러져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끝에 가물치 한 마리를 잡았다.
오후 1시 30분이 지나자 가물치들의 먹이 활성도가 올라왔지만 너무 더웠다.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왔다. 아쉽지만 2시에 철수를 결심했다. 좀 더 시도하면 한두 마리는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말 너무 더웠고 햇볕은 너무 따가웠다. 아침에 들고나온 물도 다 마셔서 갈증도 견디기 힘들었다. 아직 오후 늦게까지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해보지는 않았는데 예상에는 오후 1시부터 해지기 전까지 먹이 활동 활성도는 높아질 것 같았다. 기회가 있으리라.
집에 오는 길 문득 “몇 월까지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가물치는 겨울에 동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3월부터 10월까지 낚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날 바람(북서풍)이 많이 불었는데 수면이 심하게 출렁였다. 평소에 강가에서 산란하던 끄리나 피라미들도 보이지 않았고 가물치도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바람이 어느 정도 멈추고 수면이 잔잔해진 후에야 물고기들은 강가로 나왔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한 친구가 “수면이 심하게 출렁거리면 물고기들도 어지러워서 싫어하지 않을까?”라며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해서 모두 같이 웃었는데 아마도 속으로는 모두들 정말 그래서 그런건가 라며 반문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바람이 멈추고 기온이 올라가자 가물치의 먹이 활동 활성도도 올라갔다. 1시 반이 넘어가면서 배고픈 가물치들은 떨어지는 훅을 큰 의심 없이 삼켰다.
처음 특정 어종을 쫓는 과정에서는 몇 날 며칠 심지어 몇 달 동안 하루 종일 온통 그 물고기를 잡는 생각뿐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근접한 방법을 개선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의미 없고 재미없고 힘들어만 보이는 그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재미있다 보니 힘든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한 과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단지 그 모든 과정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물고기를 쫓는 과정은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살고 싶은 꿈을 좇는 과정이기도 하다. -2025.6.22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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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가물치(Snakehead, 黑鱼)
오후 1시가 넘어가면서 먹이 확동 활성도가 높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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