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블루길 플라이낚시

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올해에 목표하고 있는 대상어종은 블루길(Bluegill, 太阳鱼)과 가물치(Snakehead, 黑鱼)이다.

얼마전 플라이낚시 동호회(黑龙江飞钓联盟) 친구에게서 차오바이허강에서 루어로 블루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최근 블루길을 잡으려고 베이징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는데 아직 성공하지 못한 나로써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시간이 나지 않아 5일 정도 블루길 플라이낚시에 사용할 플라이 훅을 만들면서 기다렸다.

2025년 6월 11일 늦은 오전에 시간이 생겨 드디어 친구에게 공유받은 장소(北京市顺义区会场路284号)인 베이징 외곽의 차오바이허강(潮白河)으로 이동했다. 본래는 사람 출입을 막아놓은 곳인데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문(?)을 만들어 두었다. 붕어 찌낚시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이 있었고 대체적으로 한적했다. 베이징에서는 드물게 넓은 자갈밭이 있는 곳이었다. 물은 굉장히 맑았다. 나는 강가에 도착해서 블루길을 찾기 시작했다.

이곳 강가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끄리(Piscivorous Chub, 马口)와 피라미(Pale Chub, 宽鳍鱲)가 산란 중이었다. 끄리와 피라미 수컷은 혼인색이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훅 박스 안의 여러 가지 훅을 사용해 봤는데 유일하게 18번 크기의 구슬 님프 훅(Bead Nymph #18)으로 간혹 끄리와 피라미를 잡을 수 있었다. 최근 꽁 꼬리 훅(Pheasant Tail #16)을 열심히 타잉 연습중인데 해당 훅은 아무래도 빠른 여울에서 그 효과를 나타내는 듯하고 상대적으로 흐림이 거의 없는 강가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듯하다. 그 와중에서 블루길의 흔적 찾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어렵지 않게 수초 사이를 지나가는 손바닥 만한 블루길 두 마리를 발견했다. 꼬리가 형광빛으로 빛나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1미터 정도의 수심 아래에 있어서 빨리 가라앉는 훅을 찾다가 이번에 덤밸 아이(Dumbbell Eye)를 사용해 새로 만든 16번 크기의 스트리머 훅을 달아 던졌다(인터넷을 찾아보니 "Dumbbell Eye Bugger"라는 훅의 형태와 비슷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훅으로 블루길을 잡지는 못했고 후에 30센티미터 정도의 큼직한 백조어들이 따라와서 물었다.

블루길 두 마리는 물속으로 빠르게 가라앉는 훅을 쫓아왔지만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금방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강가를 따라 2킬로미터 정도를 걸었지만 끄리와 피라미 그리고 간혹 크고 작은 가물치를 보았을 뿐 블루길은 보이지 않았다.

블루길 찾기를 거의 포기하려고 하는데 뜻밖에도 물속에 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고 대략 2미터 정도의 수심으로 보이는 곳에 모여있는 블루길을 발견했다. 아까와 같이 새로 만든 플라이 훅을 던져 넣었더니 금세 여러 마리가 모여들었지만 훅 바로 앞에서 모두 뒤돌아섰다.

결국 18번 크기의 구슬 님프 훅(Bead Nymph #18)과 최근 연습중인 구슬을 추가한 16번 크기의 꽁꼬리 훅(Pheasent Tail #16)에 잘 반응했다. 캐스팅 후에 바로 훅에 움직임을 주지 않고 훅이 50센티미터 정도 가라앉았을 때 아주 천천히 끌어주면 난폭하게 물고 달아났다. 캐스팅하기 전에 훅을 발 앞에 던져서 훅이 가라앉는 속도를 대략적으로 확인하면 감을 잡기 쉽다.

그리고 이런 저런 훅을 시도해 보다가 16번 크기의 녹색 메뚜기 훅(Foam Beetle #16, Green)에 블루길이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수면에 가만히 띄워두면 곧 여러 마리의 블루길이 수면으로 다가와 훅을 삼키려고 했는데 입이 작아서 그런지 꽤 난폭하게 달려드는 데도 삼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조금 커다란 녀석이 운 좋게 삼키면 잡을 수 있었다. 10마리 정도를 그렇게 여러가지 훅을 번갈아가며 잡을 수 있었다.

긴 형태의 훅 보다는 작고 동글동글 한 형태의 훅을 쉽게 삼켰다. 일단 수면에 무언가가 떨어지면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지만 막상 삼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한참을 따라오다가 뒤돌아서는 경우도 많았다. 움직이는 훅 보다는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잠겨가는 형태 등 움직임에 적은 움직임을 주었을 때 좀 더 과감하게 삼키는 느낌이 있다.

아직 산란 전인지 암컷 블루길들은 배가 양쪽으로 빵빵했다. 대부분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블루길이었는데 비췻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블루길은 중국에서도 외래어종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블루길을 너무 맛있는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고 워낙에 많이 잡아먹어서 강가에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이번과 같이 우연히 군락이 발견되면 잠깐 낚시로 잡아 볼 수 있다.

다음날 새로운 훅 몇 개를 더 만들어서 같은 장소를 찾았는데 이상하게 어제와 같이 많은 개체 수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루어 낚시하는 분들께 물어보니 어제저녁 내내 그물 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블루길을 잡다가 새벽에 철수했다고 했다. 이렇듯 얕은 곳을 선호하는 특히나 요즘처럼 산란을 위해 더욱더 얕은 곳에 모이는 블루길은 너무나 쉽게 많은 수가 잡혀갔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마을 위에는 큰 저수지가 있었는데 항상 봄이 되면 손바닥보다 큰 블루길 수컷들이 2미터 정도의 수심에 모래와 낙엽이 섞인 곳에 새처럼 둥지를 틀고 암컷 블루길을 끌어들여 산란을 하고 알을 지켰다. 둥지는 꽤 크고 깊어서 물 밖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많은 수컷들이 모여서 둥지를 만들어 블루길 산란 터는 마치 폭탄 맞은 것처럼 보였다.

블루길 치어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일제히 부화해서 저수지 얕을 곳을 새까맣게 몰려다녔다. 당시 어항에 기르던 잔가시고기(Short Ninespine Stickleback, 中华多刺鱼)가 살아있는 먹이만 먹어서 매일 저수지에서 블루길 치어를 건졌던 추억이 있다(나중에는 도저히 살아있는 먹이를 구할 수 없어서 다시 본래 살던 강에 놓아주었다).

어쨌든 이날 꿈에 그리던 블루길 플라이낚시를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주변 다른 위치에서는 블루길이 보이지 않았고 딱 이 한곳에 많은 수의 블루길이 모여있었다. 아마도 산란철이 근접하여 이곳에 모이고 있는 듯했다. 분명 손바닥보다 큰 블루길이 있을 듯했는데 첫날 잡은 블루길은 모두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개체들이었다.

본래 북미에 서식하는 블루길은 그 종류가 꽤 다양한데 중국에는 크게 두 종이 유입되었다. 이번에 베이징에 잡은 블루길은 한국에 퍼져있는 것과 동일 종인 아가미에 파란 점이 있는 파란아가미블루길(蓝鳃太阳鱼, Leponis macrochirus)이고 중국의 남쪽 지방으로는 주로 녹색블루길(绿太阳鱼, Leponis cyanellus)이 많이 퍼져있다. 블루길은 민물고기 치고는 그 색상이나 생태가 특이하여 사람들은 어항에 가져가서 기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외래종을 잡으면 무조건 죽여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인 듯한데 중국은 워낙에 민물고기를 즐겨 먹다보니 외래종이라도 그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잡은 블루길을 놓아주면 그 맛있는 걸 아깝게 왜 놓아주냐는 느낌이고 베이징에서는 워낙에 흔한 민물고기가 아니라서 대부분 블루길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평생가도 잘 잡히지 않기 때문에 낚시인들 중에는 블루길을 아이에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잡아 없앤다고 해서 그 외래종이 완전히 사라진다고는 믿지 않는다. 큰 개체가 사라지면 작은 개체가 살아남을 것이고 저수지 물을 모두 빼고 잡아내도 상류나 지류에 남아있을 것이고 새들이 알을 옮기거나 하는 등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 개인적으로 쉽지도 않다.

블루길은 쫓아와서 훅을 무는(Bite) 것이 아닌 쫓아와서 훅을 흡입(Inhalation)했다. 움직이는 훅 보다는 훅이 멈추는 순간에 입질이 많았고 훅을 목 깊이 삼키는 경우가 많았다. 개체에 따라서 수면부터 자연스럽게 가라앉은 훅을 일정 수심층에서 덥치는 녀석도 있었고 드물게 빠르게 당겨 액션(Retrieve)을 주는 훅을 따라와 덥치는 개체도 있었다.

노란색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16, Yellow)에는 반응하지 않았고 녹색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16, Green)에는 반응이 좋았다. 고무 딱정벌레 훅의 다리 길이를 몸통 길이만큼 짧게 하는 것이 긴 다리의 훅 보다 반응이 좋았다. 학습효과가 있어서인지 잘 무는 훅이라도 계속 한가지 훅을 반복해서 캐스팅하는 것보다는 잘 무는 몇 가지 훅을 자주 교체해서 사용했을 때 효과가 좋았다.

조금 늦게 알았는데 크기가 비슷한 10마리 정도의 블루길은 무리 지어 다니며 먹이 활동을 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20제곱미터 정도의 범위를 옮겨 다니므로 유심히 관찰하면 블루길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여 한자리에 서서 많은 수의 블루길을 노려볼 수 있다. 물가의 인기척에 생각보다 민감하여 가능하면 먼 거리에서 혹은 풀 뒤에 몸을 숨기고 낚시하면 꽤 가까이까지 접근하는 블루길 무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셋째 날(3일 연속으로 같은 곳을 찾았다) 손바닥보다 큰 큼직한 블루길도 한 마리 잡았는데 왠지 산란 직전의 개체로 보였으며 작은 블루길과 다르게 고정된 자리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듯했다. 큰 블루길의 입질로 추측되는 움직임은 항상 동일한 장소에서 나타났는데 추측에는 수컷들이 이미 알 둥지를 만들어 놓고 있는 듯했고 올해 산란에 참여하는 블루길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올해 산란에 참여하지 않는 작은 블루길들은 옮겨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는 듯했다.

님프 훅(Bead Nymph #18)을 일정 수심 층에 유지시켜 블루길의 입질을 노려보고 싶어서 16번 크기의 부력 좋은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16, Green) 아래에 가는 목줄(0.4호)을 50센티미터 정도 달고(수심에 따라 달라진다) 그 아래에 님프 훅을 달아서 시도해 보았는데 이 방법으로도 여러 마리의 블루길을 잡을 수 있었다. 삼켰던 훅도 금방 뱉어내므로 챔질이 빨라야 한다.

어떤 플라이 훅이던 간에 (다리나 꼬리등이) 바늘 크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태일 때 훅킹 확률이 높았고 길다란 형태보다는 동글동들한 형태의 플라이 훅이 효과가 좋았다.

아침시간에는 수면에 가까이 떠 있어서 쉽게 눈에 띄었는데 햇살이 따가운 정오에 가까워지자 대부분 수심 아래쪽이나 수초 속에 머물러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수면에 뭔가 떨어지면 금방 여러마리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드물게 동그란 몸 전체를 수면 위로 뛰어올라 바늘털이 하는 블루길도 있었다. 꽤 지구력이 있어서 거의 마지막까지 바늘털이를 했다. 그러다가도 수면 위로 들어올려지는 순간 온순해졌다. 손바닥 위에서도 모든 지느러미를 쫙 펴고서 가만히 있는다. 물에 넣어주면 쏜살같이 도망쳤다.

처음으로 플라이낚시로 블루길을 잡아보았다. 본래 하루만 계획했었지만 블루길의 생태가 특이하고 새로운 재미가 있어서 3일 연속으로 무리를 했다. 왕복 2시간 이동에 하루 3시간 정도의 블루길 플라이낚시를 시도했다. 아직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모호한 부분들이 있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이 모두 잡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블루길이 있는 강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간단 명료했던 목표들이 어느 순간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서 더 이상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모두 정리하고 한두 가지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서 나머지 것들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것이다. -2025.6.11 Shin Ho Chul

bluegill
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의 블루길(Bluegill, 太阳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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