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오랜만에 홍천강 강변에서

대한민국 홍천강 누치 가리

2025년 4월 17일,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오랜만에 홍천강에 섰다. 낚시 일기를 뒤져보니 2014년 4월 19일에 홍천강의 여울에서 끄리(Piscivorous Chub, 马口鱼)를 잡은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날 3개의 큰 여울을 아래위로 열심히 돌아 다녀지만 끄리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고 잡지도 못했다. 대신에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던 누치(Skin Carp, 重唇鱼)의 산란(누치가리)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인생처럼 야생도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시간이 아까웠다.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지체 없이 집에서 출발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서 설악IC로 빠져나와 익숙한 길을 따라 보리울오토캠핑장까지 달렸다. 집에서 1시간 30분거리이고 딱 그만큼 걸려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캠핑장이 텐트와 사람들로 꽉차 있다. 아직 이른시간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잠에 빠져 있었다.

어제 도착하여 강가에서 캠핑을 하시고 새벽부터 물에 들어가 누치를 노리는 견지하시는 분을 만나서 잠깐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심치 않게 누치가 잡힌다고 하시고 돌 어항에는 벌써 큼직한 끄리 3마리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한 마리는 얼핏봐도 50센티가 훌쩍 넘어보였다. 양해를 구하고서 사진 몇장을 찍어 기록을 남겼다. 내가 잡은 것도 아닌데 돌어항 물속 깊이 손을 넣어 건져올린 누치가 자랑스러웠다. 돌 어항을 궁궐처럼 크게 지어놓으셨는데 낚시꾼의 꿈을 엿볼 수 있었다. 늦은 오후에 철수하기 전에 다시 들렸을 때 꿈을 이루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날까지도 낚시하실 계획이신지 해가 산 뒤로 넘어가기 직전인데도 물 속에서 누치의 입질을 기다리고 계셨다.

누치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여울 윗쪽의 가장자리 얕은 곳에는 많은 수의 크고 작은 피라미가 모여있었다. 20번 크기의 깔따구 훅(CDC Midge #20, Black Body and White Wing)을 수면에 띄우면 훅을 삼키지도 못하는 작은 피라미들이 달려 들었고 간 혹 큼직한 피라미가 물었지만 그마저도 손에 닺기전에 떨어져 버렸다. 이상해서 확인해 보니 훅이 휘어져 있었다. 훅을 손톱으로 눌러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으니 중간에 떨어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피라미를 잡다가 보면 끄리도 잡히지 않을까 해서 열심히 피라미를 잡았지만 작은 끄리도 큰 끄리도 잡히지 않았다. 예전에 이곳에는 갈겨니도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 갈겨니는 보이지 않았다. 피라미의 개체수도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작년에는 꽤 심각하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갈겨니는 사라졌고 피라미도 사라지고 있었다. 사실 꺽지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맑아 보이는 물색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질 오염 때문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된다.

강가의 돌을 뒤집어보니 예전 이맘때 확인했던 작은원통날도래(Caddis Fly)들은 이미 우화와 산란(암컷이 물속 돌 밑으로 들어가 산란을 하고 끈적한 알에 몸이 붙어서 최후를 맞이한다)을 마친듯 했고 알들도 이미 대다수 부화를 한 것 같았다.

새벽부터 움직여서일까? 오전 11시 30분 정도가 되자 배가 고팠다.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무릅장화는 생각보다 편한 점이 있었다. 항상 입은 옷 그대로 물에 들어가서 놀다가 옷과 양말을 갈아 입었는데 무릅장화는 옷도 젖지 않았고 간단하게 벗을 수 있었다. 운동화로 갈아신고는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2년 전에 새로 생긴 식당인데 음식 양도 푸짐하게 주시고 직접 만드시는 반찬이 맛있는 집이다.

밥을 먹으니 잠이 온다. 강가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모두 여니 바람이 시원하게 지나간다. 등받이를 눕히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잠에서 깨니 오후 3시가 넘었다. 그냥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아침에 확인한 누치 산란 흔적을 발견한 여울이 너무 궁금해서 20분 넘게 걸어서 도착했다. 뜻밖에도 오후 4시가 되자 수백마리의 커다란 누치들이 여울 바로 위 얕은 곳에서 산란을 하고 있었다. 여울 위쪽에서 접근하면 20미터 정도되는 먼 거리에서도 나를 인식하고 도망갔고 여울 아래에서 접근하면 꽤 가까이 접근하는데도 지느러미를 물 밖으로 드러내며 열심히 산란 활동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확인하는 누치가리이다. 예전에는 아래의 여울에서 수백수천 마리의 누치들을 확인했었는데 꽤 먼 상류로 누치가리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저 멀리 누치 산란터에서 수십마리의 커다란 누치들이 물속의 무언가로부터 급하게 도망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을 이리저리 도망다녔는데 추측에는 꽤 커다란 쏘가리가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여러 번 쫓기는 모습을 한 번 보이고는 다시 평온해졌다.

많은 기대를 했지만 누치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작은 피라미 몇 마리를 잡은 것이 이날의 최종 결과였다. 하지만 여러 여울들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오랜만 홍천강의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아직 끄리의 움직임도 전혀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쉬웠지만 분명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커다란 끄리들도 먹이 활동과 산란을 위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예전처럼 자주 홍천강을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서인지 혹은 정말로 홍천강이 무언가 변하고 있기 때문인지 10년 전과 달리 갈겨니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피라미도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렇게 많던 꺽지도 보이지 않아 마음 한켠에 불안감을 생기기시작했다. 나의 추측이 틀렸기를 바라며 이번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조행을 마친다. -2025.4.17 Shin Ho Chul

Skin-Carp
산란철을 맞이하여 화려한 황금빛으로 치장한 누치(Skin Carp, 重唇鱼)

댓글

플라이뱅크님의 메시지…
플라이낚시에서 누치용으로 사용하는 훅들은 종류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비드가 들어간 울리 웜(송충이 훅)이나 프린스 님프. 헤어즈 이어 님프도 잘 먹히는 듯해요. 옛날 눈불개 낚시를 갔다가 마라부 털을 넣은 돌대가리를 리트리브하다가 누치를 잡은 적이 있고 중랑천에선 카프콘(드라이) 그리고 스트리머(퀼 윙- 칠면조 깃 사용)로는 많은 양의 누치를 잡곤 했습니다.
계곡과산천어님의 메시지…
홍천강 조행 후에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거머리 플라이 훅(Balance Leech #8, Black)으로 금강에서 65센티미터짜리 누치를 걸었어요~ 누치는 산란 기간이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산란에 집중하고 일정 시간대에 먹이 활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먹이 활동 할 때는 훅을 쫓아오더라고요. 이날 누치는 먼거리를 이동해서 먹이를 쫓지는 않았고 주둥이 주변으로 뭔가 떠내려오면 따라오더라고요. 말씀하신 훅들도 준비해 두어야 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