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센티미터, 내가 잡아본 가장 큰 산천어
회사 일이 조금 빨리 끝나 집에 도착하니 시계는 이미 오후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맑고 차가운 계곡의 물과 산천어가 너무나 보고 싶은데 일은 주말에도 계속된다.
계곡 물에 발을 담갔을 때 해는 넘어가기 직전이고 물은 이미 까맣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처음 들어간 소의 큰 바위 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지렁이를 꿰어 멘 낚시를 물에 드리우고 집중하고 계신다. 무얼 잡고 계시냐고 물으니 예전에는 여기 메기가 많았는데 하셨다. 사실 이날 저녁에 묶은 계곡의 숙소에서 굵직한 장어를 잡아 오시는 주인 아주머니를 보았다.
상류 쪽으로 조금 더 올라서니 산천어가 있을 만한 여울이 보인다. 여울 포말에 10번 녹색 메뚜기 훅(Foam Hopper, 연두, #10)을 던져 넣기를 두어 번. 그나마 깜빡깜빡 겨우 관찰되던 훅이 여울 가운데에서 사라지며 얼핏 포말이 이는 것을 본 것 같아 오른 손을 번쩍 들어 본다. 순식간에 묵직한 무게가 가느다란 낚시 대를 타고서 온 몸으로 전해 온다.
순간 허리로 손이 갔는데 그물이 없다. 급하게 내려 온다고 차 지붕 위에 올려 두고 온 것이다. 살짝 들어서 앞에 보이는 넓은 바위 위로 들어 올려야지 생각하며 낚싯대를 힘 것 들었는데 그 무게에 로드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날은 급하게 어두워 지고 물은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산천어는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가만히 보니 위쪽으로 자그마한 웅덩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음 속으로 그래 저기로 끌어내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상류 쪽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웅덩이 옆에 도착하여 물 웅덩이 경계선 부근에서 다시 한번 힘껏 들어 보는데 역시 꿈적도 하지 않는다. 깊게 심호흡 하고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크기의 산천어가 검은 물속에서 쭈~욱 뽑혀져 나와 내 앞에 눕는다. 전장 33센티미터.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내는 사이 미늘 없는 훅(Barbless hook)은 이미 산천어가 멀리 토해내었다.
그 순간 나에게 큰 기쁨과 놀라움에 젖어 들게 했던 산천어. 시원한 계곡의 공기를 마시며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걷히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상류 쪽의 여울에서 다시 한번 입질을 받고서는 더 이상 그나마 깜빡이며 관찰되던 훅도 보이지를 않게 되어 총 30분 가량의 낚시를 마치고 물에서 나왔다. - 2014.8.16 Shin Ho Ch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