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무지개송어 유료 낚시터 플라이낚시
요즘 집 근처 공원(北京会议中心)에서 동형(东哥)과 틈틈이 플라이낚시 캐스팅 연습을 하고 있다. 3번 라인 보다는 5번 플라이라인(Fly Line)의 라인감이 더 좋아 5번 로드로 연습한다. 이전에는 처음 플라이낚시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3번 로드를 추천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짧았다. 오랫동안 플라이낚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5번 로드가 캐스팅 연습하기에 좋고 조금 큰 플라이 훅도 무리 없이 캐스팅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같아서는 5번 로드를 추천할 것 같다.
베이징회의센터(北京会议中心) 앞의 공원에서 어김없이 동형과 플라이낚시 캐스팅 연습을 하는데 3센티미터 정도의 기다란 벌레들이 여기저기서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이 이름 모를 벌레를 관찰하던 중 불현듯 타잉(Tying) 하고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에 도착해서 생각난 재료와 순서로 플라이 훅을 만들었는데 그럴듯해 보였다. 언제가 실험해 볼 기회가 있겠지 생각하며 4개를 만들어 훅 박스에 담아두었다. 만약 물고기가 물어주면 그때 이름을 만들어줘야지라고 생각했다.
캐스팅 연습을 할 때는 물고기를 적게 잡으라고 한다. 물고기를 쫓다보면 급한 마음에 캐스팅 동작이 흐트러지고 근육이 잘못된 동작을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낚시를 가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9월의 베이징은 수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무지개송어 플라이낚시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2025년 여름에 굉장히 큰 홍수로 인해서 대부분의 계류형 유료 낚시터가 망가졌지만 하나둘씩 복구가 끝나고 낚시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와 동형도 유혹을 참지 못했다. 4월 이후로 거의 5개월 가까이 무지개송어를 잡지 못했더니 무지개송어가 그리웠다. 우리는 결국 참지 못하고 결국 새벽 5시에 만나서 베이징 외곽에 있는 무지개송어 유료 낚시터(琉璃翠圃)로 향했다.
계류형 유료 낚시터(琉璃翠圃)는 예전과 같이 다양한 인공으로 조성된 환경은 없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다. 오는 길에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오느라 7시가 다 되어서 계곡에 도착했는데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우리 둘만 있었다.
우리는 차근차근 준비하고서 각자 만들어온 훅을 교환하고서 계곡으로 내려섰다. 요즘 바다 플라이낚시를 준비하면서 만든 여러 가지 8번 크기의 플라이 훅들을 실험해 볼 계획이 있었기에 많은 수의 무지개송어를 잡기보다는 새로 만든 플라이 훅에 대한 물고기들의 반응과 내구성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처음 묶은 훅은 물 표면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포퍼 종류의 훅인 Crease Fly (#8, Yellow)였다. 놀랍게도 빠르게 당겨오는(Retreive) 훅을 몇몇 마음 급한 무지개송어들이 쫓아와서 입질했다. 수면을 거칠게 가르며 여러 번 입질을 하는데도 훅이 커서 그런지 삼키지 못했다. 그렇게 처음 캐스팅에 몇 번 쫓아오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같은 훅을 쫓지 않았다. Crease Fly 훅으로 무지개송어를 잡지는 못했지만 아침 1시간 동안 굉장히 즐거운 눈요기가 되었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수정이 필요함을 확인했고 5번 플라이 로드로 20미터 이상을 캐스팅하기에는 조금 무거웠고 15미터 정도는 꽤 자연스럽게 캐스팅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후에 동형이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면서 나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교정하고 있던 캐스팅 동작이 깨끗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캐스팅하고 있었다.
얼마 전 공원에서 본 곤충을 본떠서 만든 훅은 효과가 좋았다. 꽤 빠르고 자연스럽게 물속으로 잠기는 형태인데 무지개송어에게 꽤 효과적이었다. 내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해당 훅의 이름을 “9월의 베이징(September Beijing Fly Hook)”으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에 계류의 무지개송어 먹이 활성도는 굉장히 좋았다. 여러 가지 커다란 훅에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조금 크고 무거운 훅이여서 그런지 후킹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상하게 무지개송어의 힘이 좋아서 티펫이 꽤 여러 번 끊어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번은 꽤 커다란 무지게송어의 바늘털이에 2.5호 굵기의 낚싯줄도 중간이 끊어지기도 했다. 낚싯줄이 끊어져도 꽤 즐거웠다. 무지게송어는 활력이 넘쳤고 꽤 많은 훅을 바늘털이 당했다.
이날 밝은색의 플라이 훅 보다는 어두운색의 플라이 훅이 효과가 좋았다.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만든 꽤 큼직한 EP Minnow(#8, Puple and Black)도 꽤 인기가 좋았다. 오후에 가까워질수록 수면보다는 바닥에 가깝게 가라앉혀서 훅을 끌었을 때 어느 순간 훅을 덮쳤다. 그리고 오후에 가까워질수록 너무 빠른 동작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는 훅에 더 잘 반응했다.
오전에 나는 5마리 동형은 9마리의 무지개송어를 잡았다. 더 많은 무지개송어의 입질을 받았지만 낚싯줄을 끊고 도망간 무지개송어가 유난히도 많았다. 인공구조물이 아닌 거의 자연 그대로의 상태여서 예전만큼 많은 수의 인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웠지만 물고기들의 활성도는 굉장히 좋았다.
여유 있게 점심을 먹고 오전에 이미 새로운 플라이 훅들 모두 실험을 끝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마릿수를 잡아 볼 결심을 하고서 강가에 다시 섰다. 그런데 항상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듯이 갑자기 흙탕물이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상류에서 지난 홍수에 떠내려간 길이나 다리를 보수하는 공사를 하는 듯했다. 조금 더 지나니 물은 완전히 흙탕물이 되어서 무지개송어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오전에 있던 자리에 있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왠지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물이 흐려지고 나서는 검은색 울리버거 훅(Woolly Buger #8, Black)에 꽤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주 작은 18번 크기의 지그 님프 훅(Jig Nymph)도 물었다. 굉장히 작아서 보이지 않을 듯한데 어떻게 보고 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오후에도 재미있는 낚시를 했다.
아직 수온이 아주 낮지는 않아서 그런지 나무 그늘이나 바위 그늘에 많은 수의 무지개송어가 몰려있었다. 경계심도 높아서 꽤 멀리서 캐스팅했을 때 시원한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 새로 만들어간 여러가지 다양한 플라이 훅과 다양한 낚시 방법으로 플라이낚시를 즐겼다. 무엇보다도 혼자이지 않고 틈틈이 문제점과 특이점들을 공유해가며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2025.9.26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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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Beijing (#8, Various Color)
9월 베이징의 공원에서 플라이 캐스팅 연습을 하다가 발견한 벌레를 모방했다.
9월 베이징의 계류형 낚시터 무지개송어가 잘 반응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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