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유로님핑

제11회 허이롱지앙 플라이낚시 연맹 교류회(第十一届黑龙江飞钓联盟交流会)

대장(Captain, Vladimir Petrovic: 그는 세르비아에서 팀원들을 이끌고 여러 번의 국제 플라이낚시 대회 참가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그를 대장이라고 부른다)에게 10월 초 중국 허이롱지앙성(黑龙江省)의 계곡과 강에서 유로 님핑(Euro Nymphing)을 전수받았다.

2025년의 10월 초는 중국의 국경절(国庆节)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中秋节)이 겹쳐서 베이징에서 하얼빈(哈尔滨)까지 가는 기차표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어렵게 임시로 베이징에서 장춘(长春)까지 추가된 기차 노선의 표를 구해서 장춘까지 간 후에 다시 장춘에서 하얼빈까지 이동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플라이낚시 동호회(黑龙江飞钓联盟)에서 제11회 정기 교류회 공지를 받고 유로 님핑이 주요 주제인 것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나는 유로 님핑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미지의 강에 플라이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큰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첫째날 오후 숙소 뒤로 흐르는 작은 강가에서 대장(Vladimir Petrovic)에게 처음으로 유로 님핑의 이론과 채비 방법 그리고 실전에서 응용 방법을 배웠다. 저녁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밤 늦게까지 대장을 중심으로 님프(Nymph) 훅을 묶으면서 여러가지 타잉(Tying) 재료의 사용 방법을 익혔다. 중국 전역에서 플라이낚시에 열정을 가진 19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플라이낚시 경력과 연령, 사는 배경은 모두 달랐지만 우리는 플라이낚시라는 공통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늦은 밤까지 모두 둘러앉아 이런 저런 담소도 나누고 타잉도 하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 어떤 이들은 새벽 5시에 숙소 뒤의 작은 계곡으로 플라이낚시를 하러 나갔고 대부분은 본래 약속한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난 어떤 이들 중 하나였다. 어제 보고 들은 유로님핑을 빨리 시도해 보고 싶었다.

예상처럼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당시 나는 일반 9피트(2.7m) 5번 로드(5wt rod)에 5번 DT(Double Taper)라인이 연결되어 있었고 1.5미터 정도의 5호 라인, 1.5미터 정도의 2.5호 리더라인이 묶인 상태에서 어제 대장이 알려준 50센티미터 간격으로 두 가지 색(빨강, 노랑)이 반복되는 2.0호 라인 3미터와 1.2호 라인 1.5미터를 연결(Blood Knot사용)하고 그 끝에 아주 미세한 고리를 연결하고 그 고리에 다시 1.5미터 길이의 0.4호 티펫(수심의 1.5배)을 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제 타잉한 님프 훅을 묶었다.

우선 두 가지 색이 반복되는 3미터 길이의 2.0호 라인이 너무 짧다고 느껴졌다.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해당 라인의 길이를 10미터 늘렸고 그 후에 편안한 캐스팅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유로님핑 라인의 캐스팅은 일반 드라이 훅 캐스팅과 많이 다른데 마지막 순간에 물에서 약간 툭 치듯이 힘있게 라인을 뽑아낸 후에 뒤로 캐스팅하고 뒤에서 라인이 펴지면서 훅이 라인을 “툭”하고 끌고 가는 느낌이 들면 다시 앞쪽으로 캐스팅한다.

그리고 색이 있는 라인 만으로는 물고기의 입질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대장에게 분홍색 점토를 조금 나눠 받아서 미세 고리 위에 아주 작게 뭉쳐서 시각적으로 좀 더 잘 보이도록 개선했다. 적당하게 느슨하고 적당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는 티펫의 느낌은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1단계: 물고기가 훅을 물고, 2단계: 적당하게 긴장을 유지하고 있던 티펫이 떨리고(이때 눈으로 티펫 상단의 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이 중요), 3단계: 물고기의 입질이 로드에 전달되고 챔질. 하지만 많은 경우 3단계에서 챔질하면 물고기는 이미 훅을 뱉은 상태이고 헛챔질을 하게되므로 가급적 2단계에서 챔질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적인 부분의 실전 적용이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고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2단계에서 챔질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0.1초의 차이더라도 그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2번 단계 바로 뒤에 3번 단계가 따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2번 단계에서 물고기의 입질을 0.1초라도 일찍 인지할 수 있다면 챔질의 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 수면 가까이 있는 분홍색 점토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입질을 파악하려고 부단이 노력했다. 가끔 물고기는 점토를 물기 위해서 수면을 점프해 올랐다.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수면의 물 흐름보다 수면 아래의 물 흐름이 느리다는 사실이 그렇다. 그래서 실제 수면 아래의 느린 물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훅은 눈으로 보는 수면의 물 흐름보다 훨씬 느리게 흘러간다. 상층 수류의 영향을 줄이고 훅을 빠르게 가라앉히기 위해 얇은 티펫의 운용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유로님핑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깊고 빠른 여울에서 내가 목표하는 지점, 목표하는 수심에 플라이 훅을 도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캐스팅의 시작은 기본적으로 항상 상류를 향한다. 물고기기가 본능적으로 상류로 헤엄치기 때문에 이렇게 했을 때 입질이 빠르게 낚싯줄에 전달되고 반대로 훅을 아래로 캐스팅했을 때는 물고기가 훅을 물고 상류로 헤엄쳐서 티펫이 느슨해지면서 수면 밖의 낚싯줄에 정보가 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티펫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줄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티펫 위에 묶은 줄이나 점토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물고기의 시선을 뺏을 수 있다. 수심이 유난히 깊고 티펫 길이를 조정하기 어려울 때는 깊어지는 수심을따라 점토를 달아둔 부분이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익숙하지 않은 많은 정보들을 기준으로 현장에서 응용해가다보면 조금씩 감이 오기시작했다.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친구들은 중간에 유로 님핑 시도하기를 포기하고 기존에 익숙했던 캐스팅과 기법으로 많은 수의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캐스팅도 플라이 라인의 무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다른 요령이 필요했다. 앞에서 이미 한 번 언급했지만 뒤로 캐스팅 후에 훅이 줄을 당기는 “툭!”하는 느낌이 들면 다시 앞으로 캐스팅한다.

실제 님프 훅의 운용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훅을 빠르게 원하는 수심까지 가라 앉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좀 더 무거운 훅이 필요하고 혹이 빠르게 수면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캐스팅이 중요하다. 물속 혹은 물 밖까지 나와있는 큰 바위의 앞뒤, 물 흐름이 느려지는 곳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공략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훅이 수면에 떨어진 후 빠르게 목표 수심층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빠른 물살에 금방 목표 범위를 벗어나 버린다.

유로님핑은 물고기가 있는 곳 가까이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가급적 긴 낚싯대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깊고 빠른 물살을 안정적으로 해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물고기에 가까이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물 흐름의 뒤쪽에서 조용히 접근하고 수심이 깊을수록 물고기가 수면 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기 때문에 멀리서 공략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웨이더를 구매해서 몇일 동안 열심히도 입었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웨이더 없이 물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도 안에 내복을 입고 두꺼운 양말을 신었다.

깊은 산속 계곡에서는 신호가 없어서 무전기도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물길을 따라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과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서는 무전기가 필요했다.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휴대폰과는 또 다른 아날로그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힘들기만 하고 의구심이 들던 유로 님핑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대장이 말했던 부분들이 하나 둘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낚시한 경험으로 물을 읽고 물고기를 찾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있었기에 유로 님핑이 익숙해지고 나서는 플라이낚시를 새로운 각도로 정말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마릿수 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운좋게 충분한 조과도 맛볼수 있었고 다른 이들보다 조금 빨리 낚싯대를 접고 풍경을 즐겼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플라이낚시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집중적으로 플라이낚시 기술을 배우고 훅을 교환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집으로 돌아와 기존에 연습하던 플라이낚시 캐스팅 연습에 다시 집중하고 있고 추가로 몇 가지 대표적인 님프 훅(copper john, buzzer, hare's ear nymph)을 최대한 세심하게 만들어가며 대장과 소통하며 단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플라이낚시 동호회에서는 유로님핑을 배울 수 있어서 의미 있었고 평소에 자신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한 가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수확이 있었다. 나는 스스로 일을 세심하게 완성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장에게 플라이 훅 타잉을 배우면서 어떤 세심함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겠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플라이 타잉(Fly Tying)을 통해서 그러한 세심함을 연습해보려고 한다. -2025.10.8 Shin Ho Chul

Euro-Nymphing
10월 중국 허이롱지앙(黑龙江省)의 어느 아름다운 계류에서
대장(Vladimir)에게 유로님핑(Euro Nymphing)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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