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오랜만에 가물치 플라이낚시

중국 베이징 도심 속 호숫가

최근 베이징 외곽 지역(密云, 怀柔)은 수십 년 만에 내린 큰 비로 인명피해가 있었고 많은 마을들이 파손되었다. 자주 낚시를 다니던 계곡에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연락하니 다행히도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기에 큰 피해는 없었고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들이 떠내려가서 한동안 마을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다. 혹시라도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안부를 전했다. 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복구되기를 바란다.

3주 정도 베이징을 떠나 있었기에 한동안 가물치(Snakehead, 黑鱼) 플라이낚시를 하지 못했다. 베이징 복귀 후 피곤해서 하루 쉰 후 이틀째 되는 날 새벽에 홀로 집에서 가까운 호숫가를 찾았다. 평소에 같이 낚시 다니던 플라이낚시 동호회 친구들은 내몽고와 몽고의 경계선 지역에(漠河, 根河) 플라이낚시를 갔었기에 아직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는데 후에 알고 보니 모두 이미 돌아와 있었다. 얼떨결에 혼자 실컷 가물치를 잡은 배신자(?)가 되어 버렸다. 그랬다, 이날 새벽 두 시간 동안 5마리의 가물치를 잡았고 더 많은 수의 가물치 입질을 받았다.

지난번 몇 번의 가물치 플라이낚시 조행에서 8번 혹은 4번 크기의 검은색 거머리 훅(Black Leech #8, #4)을 사용했었는데 왠지 작은 훅을 좀 더 의심 없이 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평소보다 작은 10번 크기의 훅을 사용했다. 뜰채를 깜빡하고 차에 두고 와서 평소 즐겨 사용한 0.6호(6X) 티펫보다 조금 굵은 1.2호(4X) 티펫을 사용했다. 예상대로 이러한 조합은 이날 가물치 플라이낚시에 적중했다. 물론 다른 요인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상이 적중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크고 작은 가물치들이 화끈하게 물어주었다. 가물치의 먹이 활성도도 좋았다. 플라이 로드는 항상 그렇듯 3호 로드를 사용했다(정확하게는 3/4 겸용).

이날 또 한 가지 주의한 점은 보이지 않는 가물치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가물치가 발견되기 전에 캐스팅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가물치가 있을 만한 곳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최대한 멀리서 먼저 개스팅해서 가물치의 반응을 노렸는데 이날 이러한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 만약 훅이 떨어진 근처에 가물치가 있었다면 굉장히 난폭하게 훅을 공격했다.

날이 밝으면서 점점 더 과감하게 돌아다니는 가물치들을 보며 좀 더 탐색하면 더 많은 수의 가물치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오전 일찍 다른 일정이 있었고 더 많이 잡는 것이 큰 의미도 있을 것 같지 않아 계획한 두 시간 만에 낚싯대를 접었다. 오랜만에 강가에 서다 보니 뜰채도 그렇고 이것저것 누락한 것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플라이낚시를 즐겼다. 이런 날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님을 잘 알기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한 두 시간 정도만 더 낚시하고 싶었다. -2025.8.2 Shin Ho Chul

Snakehead
매력적인 가물치(Snakehead, 黑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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