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오전에 잠깐 시간이 생겨서 혼자서 가물치(Snakehead, 黑鱼) 플라이낚시를 왔다. 시작하자마자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가물치 한 마리가 10번 크기의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10)을 쫓아와서 난폭하게 물었다. 바람 한 점 없고 수면은 잔잔한데 구름이 많아 조금 흐리고 후덥지근한 날씨이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가물치가 따라와 입질을 했지만 물속이 잘 보이지 않아 정확한 챔질 타이밍을 연속으로 놓쳤다.
11시가 넘어가자 여기저기서 커다란 가물치가 보이는데 수풀 근처에 있지 않고 넓게 자갈이 깔린 강가 얕은 곳에서 한 마리 혹은 두 마리씩 바닥에 바짝 붙어 있었다. 느낌에는 아직 원하는 수온이 되지 않아 가급적 따뜻한 곳에서 본격적인 활동전 휴식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거머리 훅에 관심이 있을까하여 멀리서 캐스팅했는데 사람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가물치의 경우 훅에 관심을 가지고 따라왔지만 조금이라도 인기척을 느낀 가물치들은 깊은 곳으로 달아났다. 5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가물치들이 많았다. 다음 부터는 멀리서 강가의 얕은 곳으로 바로 거머리 훅이나 개구리 훅을 캐스팅해서 쉬고 있는 가물치들을 노려 봐야겠다.
두 마리씩 짝을 지어 다니는 경우 아직 산란전의 가물치 인듯하다. 가물치 산란은 6월에서 8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날 물가 수초 사이에서 부화한지 얼마되지 않은 수백마리의 가물치 치어 무리를 발견했다. 어미 가물치는 갈대숲 속 깊숙한 곳에 있는 듯했다. 갈대 숲 안에서 커다란 물고기의 움직이는 소리가 간혹 들려왔다. 가물치 치어는 갈대 숲 근처를 멀리 떠나지 않고 때지어 다니며 수면의 뭔가를 먹고 있었다. 순간 몇마리 떠와서 길러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지만 육식어종이 얼마나 기르기 힘든지 잘 알기에 애써 참았다(후에 생각하니 참기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번 보다 물이 많이 줄어서 수심이 20센티미터 정도 내려갔다. 아마도 곧 장마철이 시작될 예정이라서 하류쪽에서 미리 물을 빼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지난번 세 마리의 가물치를 잡았던 장소에 도착하니 50센티미터 정도의 큰 가물치가 수초에 가려진 수면 아래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멀리서 캐스팅하여 10번 크기의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10)을 근처에 떨어뜨리고 천천히 당겨오니 호기심을 가지고서 5미터 정도를 따라왔다. 하지만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는데 추측에는 가물치의 덩치에 비해서 훅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하는 혼자만의 추측을 해본다. 두 번째 캐스팅할 떄는 뭔가 옳지 않음을 감지했는지 바로 고개를 돌려 깊은 곳으로 천천히 헤엄쳐 사라졌다. 다음 번에는 점 더 거대한 크기의 거머리 훅을 만들어 올 계획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6번 플라이 로드를 구매했다. 수집해서 가지고 있던 7번 플라이 로드를 사용해 큼직한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으로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아마도 다음 번 조행에서는 6번 플라이 로드의 경험에 관한 내용이 추가될 것이다.
12시까지 큼직한 가물치들이 몇 번이나 따라왔지만 마지막에 물지 않았다. 최근 경험에 의하면 아직 수온이 모자라다. 오후 1시가 넘어가고 수온이 충분히 올라가야 가물치는 과감하게 훅에 달려들었다.
지난번 동행했던 플라이낚시 동호회 친구가 큰 가물치를 걸었던 곳으로 가보았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지 지난번 같은 가물치의 먹이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예상하기로는 오후 2시는 넘어야 가물치들이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을 시작할 것 같았다.
다시 본래 낚시하던 곳으로 돌아오던 길에 수심 1미터 정도로 얕은 곳에 길이 50미터 정도 폭 2미터 정도로 강 중심쪽으로 일자로 잘 발달한 수초가 있는 곳에서 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가물치가 나를 보고서 황급히 수초 속으로 숨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플라이 라인을 풀고서 거머리 훅을 방금 가물치가 숨어 들어간 수초 근처에 캐스팅해서 내 앞으로 천천히 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50센티미터 정도의 커다란 가물치가 수초 어딘가에 있다가 내 바로 앞까지 훅을 따라왔다. 훅에 집중하느라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와 2미터 정도 거리까지 가까워졌는데도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훅만 노려보고 있었다. 훅에 아주 미세하게 움직임을 주자 가물치 입이 훅 바로 앞에까지 다가왔는데도 가물치는 훅을 입에 넣지 않았다. 확실히 큰 가물치일수록 먹이에 대한 조심성이 많은 것 같다. 결국 가물치는 인기척을 느끼고는 오던 길을 돌아 다시 처음 숨어 있던 수초 속으로 천천히 숨어들어갔다. 후에 같은 개체로 추측되는 가물치가 수면 가까운 수초 위에 있다가 떨어지는 훅을 거의 바로 낚아챘는데 0.6호 티펫 중간이 끊어져 버렸다. 큰 가물치를 걸기에는 너무 얇았던 것 같다.
두번째 캐스팅에서 작은 가물치가(아마도 처음에 본 녀석일 것 같다) 난폭하게 거머리 훅을 물고 나왔다. 나는 1시간 정도를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크고 작은 가물치가 최소 5마리는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에는 지난번 친구에게 받아둔 커다란 개구리 훅도 캐스팅해 보았는데 가장 큰 가물치가 제일 먼저 멀리 도망쳐 헤엄쳐가는 것을 발견했다. 훅의 크기나 모양을 떠나서 수면에 큰 파장이 이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듯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간대가 되지 않아서 가물치들은 비교적 수면에 표시가 나지 않게 먹이 활동을 하는 듯하다. 그리고 자주 수초에서 나와 근처 바닥에 가만히 엎드려있는 큰 가물치를 관찰할 수 있었다.
2시가 되기 전에 다른 업무가 있어서 철수해야만 했다. 예상하기에는 2시 부터가 본격적으로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대인데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또 하루 반나절 가물치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에 다음번에는 좀 더 효과적으로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훅을 잘라 훅 박스에 담았다. -2025.6.26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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