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가물치 플라이낚시

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지난번에 같이 했던 네 명의 플라이낚시 친구들이 일요일 오전 가물치(Snakehead, 黑鱼) 플라이낚시를 하기 위해서 다시 뭉쳤다. 나와 동형(东哥)은 오전 7시에 출발 8시에 도착했고 다른 두 명은 새벽 5시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왠일인지 7시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렸기에 오늘은 또 어떤 낚시가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최근 구매한 6호 플라이로드와 예전에 구매해 둔 7번 플라이 릴에 6번 DT(Double Tapers) 플라인 라인을 연결했다. 플라이낚시를 시작하고서 지금까지 3호 플라이 로드만을 고집했는데 큼직한 개구리 훅으로 가물치를 노려보고 싶어서 처음으로 6호 플라이 로드를 구매했다.

1번 크기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 #1)은 친구에게서 받아서 쓰기로 했다. 그리고 별도로 4번 크기의 거머리 훅(Black Leech #4)과 8번 크기의 거머리 훅(Black Leech #8)을 만들어왔다. 왠지 훅이 크면 가물치도 큰 녀석이 물어 줄 것만 같았다.

강가에 내려가 6번 플라이 로드로 몇 번의 캐스팅을 해 보았는데 3호 플라이 로드와는 그 휨새가 차이가 많이 나서 적잖게 놀랐다. 그런데 몇 번의 캐스팅을 했는데 갑자기 릴이 빠져서 물 위로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살펴보니 창고에 오래 있던 제품인지 손잡이 부분 본드 처리한 곳의 본드 수명이 다하여 손잡이가 분해되면서 릴이 빠졌다. 어쩔 수 없이 차로 돌아가 본래 사용하던 3호 플라이 로드를 들고  내려왔다. 1번 크기의 고무 개구리 훅은 다음 기회에 다시 시도해 볼 계획이다.

꽤 크다고 생각했던 4번 크기 거머리 훅(Black Leech #4)을 캐스팅했는데 작은 가물치가 난폭하게 물고 올라왔다. 평소 10번 크기의 거머리 훅을 사용했는데 4번 크기 훅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단지 3번 플라이 로드로 캐스팅하기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다. 8번 크기 거머리 훅에도 반응이 좋았는데 앞으로 3번 플라이 로드로는 8번 크기의 거머리 훅을 애용할 것 같다. 4번 이상 크기의 훅은 6번 플라이 로드를 수리해서 사용할 계획이다.

오전 일찍부터 오후 2시까지 총 세 마리의 가물치를 걸었다. 오늘 느낌에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먹이 활동을 시작한 가물치는 언제든지 훅을 물어주는 것 같다. 사람을 보고 겁을 먹었거나 아직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어떤 가물치는 훅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어떤 가물치는 그렇지 않았다.

수심 1미터에서 2미터 사이에 수초가 발달한 곳에 가물치들이 숨어 있었는데 가물치들이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관찰해 보면 큰 가물치들은 강가에서 20미터에서 30미터 정도의 먼 거리에 있었고 50센티미터 이하의 비교적 작은 가물치들이 강가에 좀 더 가깝게 있었다.

대형 가물치는 오후 2시가 넘어가야 적극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 같고 작은 가물치들은 큰 가물치보다 적정 체온이 더 빨리 올라서 그런지 조금 더 일찍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을 시작하는 것 같다. 늦은 오후가 될수록 큰 가물치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많이 띄기 시작한다. 가물치는 추운 겨울도 나는(동면) 물고기인데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한 수온을 좋아하는 듯하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갈대숲 가상자리 얕은 곳을 어슬렁 거리는 꽤 커다란 가물치가 보이는데 가까운 곳을 헤엄쳐 가지만 사실은 이미 사람을 인지하고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오늘 네 명이서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했는데 왠지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물 밖에서 캐스팅하는 것이 가물치의 경계심을 줄이는데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았다. 큰 가물치들은 사람을 인지해도 빨리 도망가지는 않는데 이미 경계심이 생긴 가물치는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훅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물치 플라이낚시의 중요한 요소는 가물치가 눈치채지 못하게 멀리서 캐스팅하거나 갈대 숲 뒤에 은폐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은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하면서 산천어 플라이낚시 생각이 많이 났다. 시선을 가급적 멀리 두고서 최대한 멀리서 가물치를 발견하려고 노력했고 가물치가 보이지 않더라도 있을 만한 자리에 멀리서 먼저 캐스팅을 해서 훅을 그 자리에 넣어보고 반응하지 않으면 좀 더 접근하는 방식으로 낚시했다. 결국 가물치보다 내가 먼저 가물치를 발견해야했다. 가물치가 있을 만한 자리를 열심히 찾았다. 수초의 가장자리 경계선, 밀도 높은 수초 지역에서 수초가 비어있는 공간, 갈대 숲 가장자리 등 가물치가 먹이 활동할 만한 장소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하루 종일 1번 크기의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 #1)을 사용한 세 친구는 여러 번 가물치의 입질을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한 마리도 잡아내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다음 조행부터는 나도 개구리 훅을 사용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나는 우선 2번 크기, 4번 크기 훅 정도로 좀 더 작은 크기의 개구리 훅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최근 몇 번의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보면 하루 평균 10마리 정도의 가물치가 훅을 쫓아오고 하루 평균 3마리 정도의 가물치를 잡은 것 같다. 가물치를 찾아 다니다가 보면 다른 물고기들도 많이 보이는데 그 유혹을 참기가 쉽지 않다. 가물치만 열심히 쫓아다녀도 겨우겨우 한 마리를 잡는데 정해진 시간에 다른 물고기를 잡는다고 시간을 보내면 그나마도 가물치를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서 그런 유혹을 참고 열심히 가물치만 쫓는다. 그런데도 성과가 날까 말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성과를 내는 것은 정말 힘들다. 100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이상의 운이 필요하다(운은 때론 겸손한 태도와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에서 온다).

100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아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괜찮다. 시간을 더 주고 성과가 날 때까지 노력하자. 그 노력의 끝에 무엇이 있던 두렵지 않으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자. -2025.6.29 Shin Ho Chul

아름다운 야생(Beautiful Wi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