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쉬리 산란

대한민국 금산군 금강 상류

2025년 4월 24일, 금산군 금강 상류 적벽강에서 우연히 쉬리(Korean Splendid dace)의 산란을 목격하였다. 강가 얕은 곳에서 플라이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발아래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때를 지어 분주히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피라미 같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봤는데 너무 가까이서 겁 없이 돌아다녀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쉬리였다. 50마리 정도의 개체가 무리 지어 다니며 산란 중이었다. 쉬리는 대한민국 고유종으로 한국에만 사는 물고기다.

여울 바닥을 노린 견지낚시에 간혹 잡혀 올라오는데 입이 아주 조그만하고 여울 타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 작은 플라이 훅을 사용해 플라이낚시로 잡으려고 여러 번 시도해 보았는데 매번 실패했다.

이번에 인터넷에서 쉬리를 검색하다가 쉬리 사육하는 사람들이 쉬리가 살아있는 생이새우를 굉장히 잘 먹는다는 내용의 글을 보았다. 생이새우는 강가의 얕은 곳 돌 밑에 많이 서식하는데 어쩌면 돌 사이를 빠르게 헤엄쳐다니는 쉬리의 생활 습성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번에는 작은 생이 새우를 모방한 훅을 만들어 플라이낚시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쉬리는 한강-금강 수계에 사는 황금빛을 띠는 종(Coreoleuciscus splendidus)과 낙동강-섬진강 수계에 사는 청록빛을 띠는(Coreoleuciscus aeruginosa) 두 종으로 구분된다.

어릴적에 홍천강의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지류에서 쉬리를 잡아서 어항에서 1년 가까이 키워본적이 있다. 쉬리는 정말 아름다운 물고기이다. 빠른 수류를 좋아하고 자갈 사이를 해엄쳐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데 자갈 사이에 먹이가 쌓여서 부패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은 쉬리 사육을 포기했었던 기억이있다.

오늘은 플라이낚시로 쉬리 한두 마리를 잡아보려고 하다가 쉬리의 산란을 목격하는 행운을 누렸다. 수중 촬영을 위해 물속에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각도를 잘못 맞추었고 산란 영상을 촬영하고 싶은 욕심에 너무 가까이 설치하여 제대로 촬영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아쉬운데로 쉬리의 산란 모습을 담았으니 그것으로 우선 만족해야 했다.

내가 느끼는 자연은 심심할 틈이 없다. 무궁무진한 다채로움으로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게 자연이다. -2025.4.24 Shin Ho Chul

Korean-Splendid-dace
금강 상류의 쉬리(Korean Splendid dace) 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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