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리 번식기가 일찍 시작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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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칭허강(清河) 끄리 플라이낚시
2025년 3월 25일, 새벽부터 창문 밖에서는 6급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후 1시에 베이징의 북쪽에 있는 칭허강(清河)에 플라이 낚싯대(rod)를 들고 섰다. 아침 일찍 방문한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의 수온은 아직 많이 차가웠지만 강 중간중간에 정수장이 있는 칭허강(清河)은 겨울에도 얼지 않고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강이다. 바람이 쌔서 그런지 항상 낚시하는 사람이 꽉꽉 차는데 오늘은 낚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누군가는 어젯밤에 사람들이 불법으로 전기를 지져 물고기를 잡아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쨌든 나는 거센 바람에 출렁이는 수면에 잠깐 잠깐 바람이 약해지는 타이밍을 기다려가며 캐스팅했다. 20번 크기의 부력 좋은 CDC 깔따구 드라이 훅(CDC Midge, #20)을 달고 아래에 20번 크기의 깔따구 유충 훅(Midge Larba, #20)을 달았다(Indicator Nymphing). 요즘 이곳에서 잘 먹혔던 조합이었다. 물고기들은 때로는 드라이 훅을 때로는 아래의 님프 훅을 물었었다. 바람은 불어도 햇살이 좋았기에 수면 아래로 반짝이며 몸을 뒤집는 물고기들이 보일만도 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 사람들이 전기를 지진 것일까? 불안했지만 그래도 물고기는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캐스팅했다.
한 시간 정도 캐스팅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새벽에 작년(2024년) 6월에 피라미의 수중 산란을 촬영하며 만들었던 물에빠진 깔따구(Soaked Midge, #20) 훅을 몇 개 묶어 왔었기에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나 반응이 없다. 오늘 새벽 타잉하면서 불연듯 이 훅이 어쩌면 물에 빠진 개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효과 없는 훅을 모두 때어내고서 18번 크기의 비드 님프(Bead Nymph, #18)를 달았다. 좀 전까지 한 분이 루어 낚시하던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략 45도 하류 방향으로 캐스팅하고 천천히 플라이 라인을 회수(Retrieve)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훅이 좀 더 자연스럽게 물고기 앞에 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바로 뒤에 나무가 많아서 백 캐스팅 거리를 늘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훅을 바꾸고 나서 첫 캐스팅에 뭔가 묵직한 것이 걸렸다가 떨어졌다. 두 번째 캐스팅에서도 같은 위치에서 살짝 걸었다가 놓쳤다. 왠지 먹성 좋은 끄리가 물에 흘러오는 것들을 열심히 먹고 있는 듯했다. 그 다음 캐스팅에서 훅을 같은 자리로 다시 흘려보냈고 이번엔 제대로 훅킹 되었다. 큼직한 은빛의 끄리였다.
이 때쯤 강 건너편과 주변에는 총 3명 정도 루어 낚시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한 마리의 끄리를 마지막으로 어떤 입질도 받지 못했다.
오후 1시 반쯤 강 건너편 상류쪽으로 가보았다. 바람이 막혀 수면이 잔잔한 곳에서 붕어 찌낚시를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곳은 수류가 강해서 추를 무겁게해야 미끼가 떠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분은 아이에 찌를 빼버리고 추만 무겁게 달아 초릿대의 움직임으로 입질을 파악하며 낚시한다. 몇 년간 붕어 찌낚시에 빠져 살았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강한 바람 때문일까? 아님 어제 저녁 전기로 지졌다는 소문 때문일까? 평소라면 찌낚시 하시는 분들로 가득했을 강가는 한가했다. 띄엄띄엄 큰 기대 없이 낚싯대를 던져놓고 산책하시는 어르신 두 분이 있을 뿐이었다.
강 건너편 상류쪽에서 뜻밖에도 커다란 끄리들이 10마리 정도씩 몰려 다니고 있는 곳을 찾았다. 길이 100미터 정도에 수심 50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구간을 떠나지 않는 5개 정도의 큰 끄리 무리가 있었다. 3월 25일, 겨울에도 얼지 않는 칭허강(清河)의 끄리는 산란 직전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끄리를 잡던 곳에 끄리들이 거의 사라진 것이었다.
어떤 개체는 이미 혼인색이 잔뜩 올라와있었다. 플라이낚싯대(rod)에 달려있던 18번 크기의 비드 님프 훅으로 큼직한 끄리를 한 마리 걸고 16번 크기의 비드 미노우 훅(Bead Minnow, #16)으로 큼직한 끄리를 한 마리 더 걸었다. 혹시나 해서 12번 크기의 노란색 플라스틱 딱정벌레 훅(Foam Beetle, Yellow, #12)으로 바꾸어 봤는데 두 번 정도 수면을 강하게 때리는 입질만 받고 훅킹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도 훅 박스안의 여러가지 훅들을 번갈아가며 시도해 보았는데 입질만 받고 더 이상 끄리를 잡지는 못했다. 훅 문제인지 끄리들의 경계심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오후 3시까지 총 두 시간 낚시하고는 철수했다. 짦은 시간이었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고 뒤에 나무들이 많아 꽤 힘든 낚시였다. 그래도 큼직한 끄리를 세마리나 잡았으니 나름 만족스러웠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낚시를 가지만 낚시가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너무 강한 바람에 줄이 계속해서 꼬이고 나무에 훅이 걸려 줄을 끊어내기를 수없이 반복하다보면 굳이 물고기 한 마리 잡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 끝에 큼직한 물고기가 걸리면 앞에 한 고생의 기억들은 연기처럼 희미해진다.
철수하려고 플라이 라인을 회수하고 훅도 잘라 훅박스에 넣고 플라이 로드도 분리하여 손에 들었는데 마치 내가 떠날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바람이 약해지고 강 여기저기서 물고기들이 수면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한다.
베이징은 최근 몇 년간 공장들을 베이징에서 먼 곳으로 대부분 이전시켜서 예전에 비해서 공기가 많이 깨끗해졌다. 이렇게 바람이라도 많이 부는 날에는 공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져서 굉장히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먼 산도 아주 또렷하게 보인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물가의 버드나무들은 이미 푸른 싹이 나기 시작한 수만 개의 나뭇가지를 흩날리고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형형색색의 꽃봉오리들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간혹 조금 이른 부화를 한 듯한 외로운 나비들도 보인다. 몇 마리씩 뿔뿔이 흩어져 날라다니던 깔따구들도 이제는 수십마리가 때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칭허강(清河)은 다른 강들보다 먼저 본격적인 플라이낚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2025.3.25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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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칭허(清河) 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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