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플라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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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을은 산천어, 연어, 은어의 산란을 관찰할 수 있어 설레는 계절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차가워진 물을 밟으며 겨울이 가까워졌음이 느껴져 아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물에 들어가면 차가운 기운이 발끝부터 온몸을 천천히 감싼다. 해 질 녘 아직 끄리들의 먹이 활동은 왕성하지만 나는 천천히 올해의 낚시를 마무리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나무들도 일찍이 월동(越冬) 준비를 시작했다. 나뭇잎을 열심히 떨어뜨려 수면 위에 노란 낙엽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다. 파릇파릇 새싹이 나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푸르른 여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섰다.
2024년은 나에게 플라이낚시에 집중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한 해였다. 4월 중순 본격적인 산란에 들어가기 직전 공격적으로 플라이 훅에 달려드는 붕어를 만날 수 있었고 5월에는 잠깐 홍천강에 들러 커다란 끄리를 잡았고 6월 살치 산란철에 들어선 큼직한 살치 때 사이로 플라이 훅을 흘렸고 아름다운 혼인 색으로 치장한 수컷 피라미를 꼬드기기 위해 열심히 훅을 만들었다. 6월은 끄리와 피라미의 산란 수중 촬영을 위해 열심히 강을 찾은 시기이기도 하다. 7월에는 강준치 때가 숨어있는 곳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했고 처음으로 바다 플라이낚시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플라이낚시에 가물치도 걸어보았다. 10월에는 바쁜 중에도 연어의 산란터를 찾았고 산란을 준비하는 은어를 찾았다. 한 가지에 집중하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2025년에도 다른 낚시 장르의 유혹을 참아내고 플라이낚시에 온전히 집중해 보려고 한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빠이며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동료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역할에서의 책임감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가끔 온전히 나로서 강가에 서서 플라이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저 행복한 것이다. 아주 거창한 목표가 있지 않아도 좋다.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가끔 나 홀로 강가에 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2024.11.1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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