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목어, 타이핑위허강 플라이낚시 조행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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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어제저녁에 밥도 먹지 않고 일찍 잠들어서 허기가 졌다. 가진 거라곤 생수밖에 없어 생수 몇 모금으로 우선 허기를 달랬다. 깊은 산속 작은 마을에서 잤는데 해가지니 기온이 꽤 쌀쌀했다.
어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고 글을 조금 쓴 후에 5시에 밖에 나가 동네를 돌았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분들은 벌써 일어나 그날 장사할 야채를 다듬고 있었다. 숙소에 아침은 9시가 되어야 준비된다고 했다.
플라이 로드(Rod)는 들지 않고 타이핑위허강(太平峪河)의 작은 지류인 칭뤼시계곡(情侣溪)을 따라 올라갔다. 작년에 수해가 나서 계곡 옆의 길은 많이 망가져 있었고 계곡 여기저기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걸쳐져 있었다. 계곡 양옆으로 높은 절벽들이 있어서 위험해 보여 조금 올라가다가 돌아서 내려왔다.
숲에 둘러싸인 산속 공기는 차고 진한 나무 향이 났다. 알 수 없는 새들이 여기저기서 지저귀고 있었고 경쾌한 계곡물소리는 끊어질 줄 몰랐다. 나는 그 속에서 편안했다. 나도 그렇지만 가족들과 좀 더 자주 자연속으로 들어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방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서 잠시 누워서 오늘 일정을 고민해 보았다. 저녁 8시 기차이기에 하루 종일의 시간이 있었다. 근처에 있는 다른 계곡으로 가볼까? 아님 타이핑구어지아선린공원(太平国家森林公园)에 들어가 열목어를 찾아볼까(운이 좋으면 멀리서라도 열목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타이핑위허강(太平峪河)을 조사하려고 준비했던 조행이었기에 눈앞의 욕심을 내려두고 본래 목적했던 탕이핑위허강을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정하니 일정에 여유도 생기고 마음도 조금 편안해졌다. 어차피 꽝 조행이라면 엄청난 꽝 조행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8시에 아침을 파는 곳이 있어(紫荆花酒店) 계란 몇 개와(아뿔사! 혹시 몰라 점심에 먹으려고 챙겨둔 계란 2개가 아직도 잠바 주머니에 있는데 기차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났다) 조죽(小米粥)을 실컷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8시 반에 타이팅구어지아선린공원이 문을 열었고 나는 표를 사서 들어갔다. 공원 안에서는 어차피 낚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등산을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계곡을 따라 걸었다. 양봉(养蜂, BeeKeeping)을 하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바쁘게 꿀벌들을 보살피고 계셨고 꿀 통에서 꿀을 채취하고 계신 분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가까이 가서 뚝뚝 떨어지는 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르신은 무섭지 않냐며 벌이 쏠 수도 있으니 멀리 떨어져서 보라고 하셨다.
허름해 보이지만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계곡 옆 작은 집에 사시는 노부부도 계곡에서 직접 양봉한 꿀을 조금 팔고 계셨다. 작은 꿀 두통을 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35년째 두 분이서 이곳에서 살고 계셨다. 예전에는 계곡에 열목어와 물고기들이 많았고 잡는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열목어가 계곡에 바글바글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래도 보호구역 안에는 아직 물고기가 많다고 하신다.
멀리서라도 열목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상류로 계속 걸어 올라갔다. 그러다가 무릎 정도의 깊이에 큼직한 자갈들이 고르게 깔리고 적당한 유속으로 넓게 물이 흐르는 곳을 발견했다. 이런 곳이라면 올봄에 많은 열목어들이 산란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 상류의 소들을 유심히 살폈다.
놀랍게도 열목어가 있었다.
처음 열목어를 발견한 소에는 4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열목어 한 마리가 1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위아래로 바쁘게 다니며 물속에 떠내려오는 뭔가를 먹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웠다. 30분 정도를 한자리에 서서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번 조행은 이것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더욱 놀랍게도 그다음 소에서 50센티미터는 쉽게 넘을 듯한 커다란 열목어 두 마리와 4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열목어 3마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각자 자신만의 자리가 있었고(모두 큰 돌 앞에 물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 다른 녀석이 침범하면 하류 쪽으로 꽤 멀리까지 쫓아내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2024년 5월 8일 현재 열목어 산란은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였다. 2021년 4월 26일 박태기나무꽃(紫荆花)이 한창 필 무렵 방문했을 때 이곳 열목어들은 산란을 위해 뭉쳐 다니고 있었다. -2024.5.8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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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안(西安) 타이핑위허강(太平峪河) 열목어(细鳞鱼, Len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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