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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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 리우리허강(琉璃河) 플라이낚시 2025년 3월 27일, 베이징의 북쪽에 있는 리우리허강(琉璃河)에 끄리(Piscivorous Chub, 马口鱼)가 올라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가는 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바위 산에 야생 복숭아꽃이 만개해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닌가 했다. 도연명(陶渊明)의 도화원기(桃花源记)는 중국 진나라(晋) 때 호남(湖南) 무릉(武陵)에 살던 한 어부가 강을 따라 배를 져어가다가 우연히 복숭아꽃(桃花)이 만개한 아름답고 살기 좋은 무릉도원을 발견하고서 그곳에서 오랜 세월을 살다가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무릉도원은 그 당시의 이상향을 그려내고 있다. 나는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신랄 한 물고기의 바늘털이를 맛볼 수 있는 나만의 무릉도원을 찾아 나섰다. 살고 있는 곳 가까운 곳에서 이러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일이다. 야생 복숭아꽃이 강한 봄바람이나 봄비가 내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떨어져 사라져 버리듯이 무릉도원도 영원하지 않고 잠시 삶의 안식을 주고서 금방 사라져버린다. 리우리허강(琉璃河)은 바이허강(白河)의 지류이다. 지난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이곳 맑은 계류에서 많은 수의 큼직한 끄리를 플라이낚시로 잡을 수 있었다. 바이허강에는 누치(Skin Carp, 重唇鱼)도 많은 강인데 리우리허강까지는 올라오지 않는 듯하다. 리우리허강에서 누치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누치는 조심성이 많아서 아무래도 1미터 이상의 깊은 수심이 필요한 듯하다. 산에 야생 복숭아 꽃이 만개한 이날 이른 아침부터 리우리허강의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렸지만 끄리나 피라미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리우리허강(琉璃河)에서의 끄리 플라이낚시는 아직은 조금 이른가보다. 바람도 너무 강해서 조용히 캐스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그렇지 않아도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운 물고기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언젠가 큰 비가 한번 내리고 강의 수량이 불고 수온이 올라가면 바이허강에...

플라이 훅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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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 칭허강(清河) 끄리 플라이낚시 2025년 3월 26일, 오후에 아이들 선생님과 면담이 잡혀서 아침에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어제에 이어 베이징 칭허강(清河)으로 오전 끄리(Piscivorous Chub, 马口) 면담을 하러 갔다. 8시 반쯤 집에서 출발해서 어제 많은 수의 끄리를 보았던 강가에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많았던 끄리들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낚시가 항상 이렇다. 어제오늘 다르고 좀 전하고 지금 하고 다르다. 상류 쪽부터 강가를 따라 내려오며 어제 끄리가 잘 물어주었던 노란색으로 염색한 칠면조(Turkey, 火鸡) 깃털로 타잉한 16번 크기의 비드 미노우 훅(Bead Minnow #16)을 달아 캐스팅했다. 얕은 곳과 깊은 곳의 경계선에서 먹이활동하고 있는 끄리들을 발견했다. 심심치 않게 큼직한(20센티미터 정도의) 끄리를 잡으며 하류 쪽으로 가고 있을 때 하류 쪽에서 상류로 올라오며 낚시하던 다른 플라이낚시인이 나를 한참을 관찰하더니 가까이 와서 무슨 훅을 쓰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훅 박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드 미노우 훅 두 개와 반짝이 실로만 만들어진 비드 미노우 훅 한 개를 건넸다. 그분은 만드는 방법과 재료를 상세하게 물어보았다. 가지고 있는 여러 훅을 사용했는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멀리서 보니 내가 쓰는 훅을 쫓는 끄리들이 보여서 궁금했다고 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훅이라며 궁금해하였다. 어떻게 운용하는지까지 상세하게 물어보셨고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드렸다. 나만의 비밀 하나를 들킨 것 같은 불안함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아무리 긴 강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특정 기간에 특정 위치에서 특정 플라이 훅으로 물고기를 잡는 경우가 많다. 만약 혼자서 10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두 사람이서 잡게 되면 한 사람당 5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되고 세 사람이서 잡게 되면 한 사람당 3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쉽게 나오기 ...

끄리 번식기가 일찍 시작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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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칭허강(清河) 끄리 플라이낚시 2025년 3월 25일, 새벽부터 창문 밖에서는 6급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후 1시에 베이징의 북쪽에 있는 칭허강(清河)에 플라이 낚싯대(rod)를 들고 섰다. 아침 일찍 방문한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의 수온은 아직 많이 차가웠지만 강 중간중간에 정수장이 있는 칭허강(清河)은 겨울에도 얼지 않고 물고기들이 활동하는 강이다. 바람이 쌔서 그런지 항상 낚시하는 사람이 꽉꽉 차는데 오늘은 낚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누군가는 어젯밤에 사람들이 불법으로 전기를 지져 물고기를 잡아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쨌든 나는 거센 바람에 출렁이는 수면에 잠깐 잠깐 바람이 약해지는 타이밍을 기다려가며 캐스팅했다. 20번 크기의 부력 좋은 CDC 깔따구 드라이 훅(CDC Midge, #20)을 달고 아래에 20번 크기의 깔따구 유충 훅(Midge Larba, #20)을 달았다(Indicator Nymphing). 요즘 이곳에서 잘 먹혔던 조합이었다. 물고기들은 때로는 드라이 훅을 때로는 아래의 님프 훅을 물었었다. 바람은 불어도 햇살이 좋았기에 수면 아래로 반짝이며 몸을 뒤집는 물고기들이 보일만도 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 사람들이 전기를 지진 것일까? 불안했지만 그래도 물고기는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캐스팅했다. 한 시간 정도 캐스팅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새벽에 작년(2024년) 6월에 피라미의 수중 산란을 촬영하며 만들었던 물에빠진 깔따구(Soaked Midge, #20) 훅을 몇 개 묶어 왔었기에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나 반응이 없다. 오늘 새벽 타잉하면서 불연듯 이 훅이 어쩌면 물에 빠진 개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효과 없는 훅을 모두 때어내고서 18번 크기의 비드 님프(Bead Nymph, #18)를 달았다. 좀 전까지 한 분이 루어 낚시하던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략 45도 하류 방향으로 캐스팅하고 천천히 플라이 라인을 회수(Retrieve) 한다...

봄인데 물고기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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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플라이낚시 2025년 3월 25일, 아침 일찍 베이징의 북동쪽을 흐르는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을 찾았다. 작년 4월 20일쯤에 이곳에서 많은 수의 붕어를 플라이낚시로 잡았었고 겨우내 굶주렸을 허기를 채우느라 플라이 훅에 난폭하게 달려드는 끄리와 산란철이 임박하여 때지어 다니는 큼직한 살치를 잡았던 곳이다. 하루안에 여러 강을 둘러볼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여 베이징과 청더(承德, 예전에 황제가 여름 산장으로 쓰던 곳)를 잇는 고속도로(京承高速)를 30분쯤 달리고 20분쯤 작은 국도들을 달린 끝에 첫 번째 목적지인 차오바이허강(潮白河)에 도착했다. 차오바이허강은 하이허수계(海河水系)로 상류(密云水库)에서 차오허강(潮河)과 바이허강(白河)이 만나 두 강의 첫 글짜를 따서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이라고 이름지었다. 너무나 강한 바람에 낚시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차 트렁크에서 3호 플라이로드를 조립하고서 길을 나섰다. 차를 주차하고서도 25분 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야 목적한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면에 파도가 강해서 수면에서 물고기의 먹이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물속에 잠긴 나무 사이로 납자루 치어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때지어 다니고 있었고 보기 드물게 아직 번식기에 접어들지 않은 물닭(Coot, 白骨顶) 20마리 정도가 호수 가운데에서 한 방향으로 때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얕은 곳에서 물고기의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16번 크기의 노란색 비드미노우 훅(Bead Minnow #16, Yellow and Red)을 가라앉혀 보았지만 물고기의 반응은 전혀 없었다. 오전에 약 4시간 동안 강가를 구석구석 돌며 물고기를 찾았다. 추운 날씨에 유난히 맑은 물과 바람에 심하게 출렁이는 호수의 물결을 보며 올 한 해 이곳에는 어떤 물고기들과 만날게 될지 궁금해졌다. 아직 플라이낚시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이지만 겨우내...

드디어 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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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칭허강(清河) 끄리 플라이낚시 버드나무에 연한 녹색의 새싹이 돋아 나오면 강가의 끄리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봄에 볼 수 있는 부드러운 녹색으로 뒤덮인 세상이 좋다. 이날은 바람이 좀 많이 불기는 했지만 햇살이 좋고 기온이 따듯하여 작은 날벌레를 쫓아 수면으로 뛰어오르는 끄리들을 볼 수 있었다.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다니다 보니 큼직한 끄리들은 대부분 강 가운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속에 들어가 강 중간의 큼직한 끄리를 노리는 플라이낚시꾼이 있었지만 조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는 가끔 강가로 나오는 물고기들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가 강 가운데로 들어오면서 오히려 물고기들을 나에게로 몰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이곳은 물가에서 낚시하는 것은 괜찮지만 물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하고 있어서 관리인이 오면 물 밖으로 쫓아낸다. 베이징 차오양취(朝阳区) 왕징(望京)에서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칭허강(清河)이 흐른다. 칭허강(清河)은 베이윈허수계(北运河水系) 베이위허강(北运河) 상류 원위허강(温榆河)의 지류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라이광잉베이루(来广营北路)를 따라 15분 정도 차를 몰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총 23킬로미터 길이의 강으로 베이징의 북서쪽에 있는 이화원(颐和园)과 원명원(圆明园)을 관통하여 동서 쪽으로 5환로(五环)을 따라 흐른다. 베이징 시내를 가깝게 흐르는 강이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 물이 맑고 냄새가 없다. 2024년 11월에 처음 이곳에서 낚시를 한 것 같다. 겨울에도 얼지 않기에 365일(특히 겨울에) 많은 낚시인들의 놀이터가 된다. 날씨가 푸근해지면서 한 겨울 좁은 법위에 모여있던 물고기들은 이미 강 여기저기로 흩어졌고 낚시꾼들도 물고기를 따라 넓게 흩어져서 자기만의 포인트를 찾아 나서고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물고기를 쫓는 버릇이 있다 보니 강가를 걸으며 수면의 물고기 먹이활동을 찾았다. 사실 조용한 수면 아래에서도 분명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이 있을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시끌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