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플라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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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플라이낚시
우연한 기회에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숭어(Flathead Grey Mullet, 乌鲻)를 실컷 잡아보았다. 물고기마다 좋아하는 염도가 다르다고 한다. 벵에돔 같은 경우는 고염도를 좋아하고 감성돔, 숭어와 같은 물고기들은 저염도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숭어의 경우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어떨 때는 강을 타고 올라와 완전 민물에서 살기도 한다.
바닷가를 따라서 걷던 중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광어 양식장에서 24시간 대량의 물이 흘러나오는 곳에서 굉장히 많은 숫자의 크고 작은 숭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첫날은 4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많은 숭어들이 물이 나오는 얕은 곳까지 올라와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따로 숭어 플라이낚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훅 박스에 있는 이런 저런 훅들을 캐스팅하던 던 중 뜻밖에도 12번 크기의 노란색 고무 딱정벌레 훅(Foam Beetle #12, Yellow)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훅이 수면에 떨어지면 주변에 있던 큼직한 숭어들이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는데 대부분은 훅 바로 밑에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간혹 그대로 돌진해서 훅을 덥치는 개체들이 있었다. 그런 개체의 숭어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수면에서 떠내려오는 부유물을 먹던 숭어들은 대부분 훅이 떠내려 오면 잠수하며 훅을 피했지만 피하지 않고 그대로 훅을 삼키는 숭어들도 있었고 실수로 훅과 가까운 티펫을 삼켜 후킹되는 경우도 있었다.
첫날은 그렇게 경계심이 거의 없는 순진한 숭어들을 실컷 잡았다. 3호 로드에 3번 릴, 3번 라인을 사용했고 0.8호(5X) 티펫이 터져서 1.2호(4X) 티펫을 사용했는데 숭어는 티팻 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굵은 티팻을 사용하자 입질이 확연히 줄었다. 줄이 터져도 입질 받기가 유리하다고 느끼는 0.8호(5X) 티팻을 사용했다.
숭어 플라이낚시를 진행하면서 좀 더 작고 흰색의 부력이 좋은 플라이 훅이 아쉬웠다. 12번 고무 딱정벌레 훅의 다리를 띄고 훅을 잘라 작게 만들었는데 너무 작으면 부력이 약해져서 숭어가 훅을 삼키는 것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그래서 물에 살작 잠기되 훅이 수면 위로 적당히 떠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만큼만 조정하며 훅을 잘라서 사용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숭어를 걸다가 보니 왠지 그만해도 될 것 같았다. 해지기 직전에 낚시를 시작했기에 해가 바다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 우연히도 숭어 플라이낚시를 재미있게 하고서 몇일 후에 같은 장소를 찾았는데 뜻밖에도 큰 숭어들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작은 숭어들은 그대로 있었지만 큰 숭어들의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얕은 곳까지 올라오지 않고 깊은 바다쪽에 머무르며 수면에 떠내려오는 부유물을 먹고 있었다.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똑똑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또 생각만큼 둔하지도 않다. 그 뒤로는 첫날처럼 얕은 곳에서 쉽게 숭어를 잡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많은 개체수의 숭어들이 있기에 제대로 된 훅과 캐스팅 요령만 있다면 얼마든지 숭어를 잡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얀색의 훅을 최대한 작게 만들고 수면 위의 부분이 바닷물에 떠서 눈에 잘 보이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캐스팅 요령은 줄(플라이라인, 리더, 티팻 모두 포함)이 숭어 위로 지나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플라이 훅이 먹이 활동하는 숭어 머리보다 훨씬 앞에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숭어 주둥이 앞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까이서 먹이활동하던 숭어 때는 캐스팅 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그 거리가 멀어진다. 거리만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플라이 훅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므로 초반에 걸어내야 승산이 높다. 워낙에 덩치가 좋고 힘이 좋아서 몇 마리만 잡아도 충분히 즐겼다고 느낄 수 있다.
수면에서 부유물을 삼키는 숭어와 바닥에서 모래를 삼키는 숭어가 있는데 나는 수면에서 부유물을 삼키는 숭어를 노리는 것이 더 쉽게 느껴졌다. 꽤 수심이 있어서 경계심이 덜할 것 같은 숭어를 노리고 멀리서 조심히 바닥까지 훅을 가라앉혔는데도 숭어는 훅이 근처에 떨어지면 재빠르게 줄행낭을 쳤다. 곧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먹이활동하는 숭어 때가 보이지만 훅이 떨어지면 또다시 도망갔다. 덩치와 달리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은 물고기이다. 물론 그런 예민함과 조심성이 없었다면 그렇게 크게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50센티미터가 훌쩍 넘을 듯한 큼직하고 묵직한 숭어의 드랙을 차고 나가는 바늘 털이는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근처까지 끌려오다가도 곧 다시 드랙을 차고 나갔다. 몇 번을 줄다리기를 하다가 티팻이 끊어졌다. 숭어 플라이낚시의 힘든 점은 굵은 티팻을 사용하면 이상하게 플라이 훅을 잘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느낌에 커다란 숭어는 티팻 굵이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큰 개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굵은 티팻을 사용해야 하는데 굵은 티팻을 사용하면 입질이 없다.
바닷가에 살지 않는 이상 환경의 제한으로 숭어는 자주 노려볼 수 없는 대상어종이지만 만약 가까이 살면서 자주 시도할 수 있다면 숭어는 분명 훌륭한 플라이낚시 대상어가 될 것이다. 많이 아쉽지만 짧은 조행을 마치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 하나를 힘들게 풀고 나면 더 많은 문제가 눈앞에 놓인다. -2025.7.29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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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Flathead Grey Mullet, 乌鲻) 플라이낚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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