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왕허강 지류 그레일링 플라이낚시

허롱지앙성(黑龙江省) 이춘시(伊春市)에서 가장 큰 강인 탕왕허강(汤旺河)의 동쪽에 있는 지류 중 하나인 칭샨코허강(青山口河)에서 그레일링(Grayling, 北极茴) 플라이낚시를 했다. 이번 일정의 마지막 낚시 일정이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춘시(伊春市)는 생태림이 잘 보존되고 있어서 최근 동베이호랑이(东北虎, 시베리아호랑이)의 출몰이 잦아지고 있는 곳이다. 2019년에 처음 동베이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된 이후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호랑이의 활동 영역이 워낙에 넓어서 이곳에 살고 있다는 표현보다는 이곳을 지나가는 경우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날 우리가 들어간 숲 입구에는 호랑이 출몰 지역이라는 표지판이 크게 세워져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이날 숲 입구에서 이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 하루 종일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낚시를 했다. 같이 낚시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 숲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왜 하류 쪽으로 낚시하던 샨치우형(山丘哥)이 혼자 계곡 상류 쪽으로 열심히 이동하며 낚시하는 나를 자주 데리러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호랑이가 출몰하는 산인걸 미리 알았다면 절대 샨치우형 옆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현지에서 10년 넘게 그레일링(Grayling, 北极茴) 플라이낚시를 하고 있는 샨치우형(山丘哥)은 그레일링의 외형으로 3가지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伊春)에는 대략 700개의 강과 계곡이 있고 강마다 서식하는 그레일링이 다르다고 했다. 이날 우리가 들어간 강(青山口河)은 인위적인 간섭이 거의 없는 계곡으로 쓰러진 고목들이 그대로 계곡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고 열목어와 그레일링의 개체수가 꽤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었다.

샨치우형(山丘哥)은 얼음이 녺는 4월 18일에 산란철을 맞은 그레일링이 무리 지어 계곡의 최상류로 이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산란철에 들어선 그레일링은 어떤 플라이 훅에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노랗게 빨갛게 물든 낙엽이 바닥에 수북이 쌓이기 시작하는 무르익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오전 9시에 계곡에 내려섰다. 지금 계절에는 그레일링은 계곡 상류에 무리 지어 머무르고 열목어(Lenok, 细鳞鲑)는 좀 더 하류 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나와 샨치우형 그리고 송형(宋哥)은 그레일링을 보러 계곡 최상류로 이동했고 나머지 일행은 열목어를 보기 위해서 좀 더 하류 쪽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흑룡강성(黑龙江省)의 숲에는 흡혈하는 진드기가 많아서 4월부터 10월까지는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특히 4월과 5월). 길에서 강으로 진입하기 위해 숲을 지나갈 때는 빈틈 없이 옷을 입고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하고 흡혈 진드기가 특히 좋아하는 주황색이나 노란색 등의 밝은 옷은 피한다. 웨이더를 입고 벗을 때는 가급적 숲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고 낚시가 끝나면 흡혈 진드기가 특히 좋아하는 귀 뒤쪽이나 등등을 서로 확인해 준다. 목 위쪽으로 물리면 특히 위험하므로 목과 머리 쪽을 특히 유심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10월은 날이 추워져서 흡혈 진드기의 활동이 거의 없는 시기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기온은 어제보다 10도 낮은 9도를 수온은 4.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에 잠깐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추어 많이 춥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해가 오후 내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자 꽤 싸늘하다고 느껴졌다.

이곳의 열목어의 위를 검사해 보면 열목어는 크고 작은 물고기와 심지어 새 같은 동물을 잡아먹은 흔적까지 있고 커다란 모래 알갱이로 집을 만든 날도래 유충을 통째로 삼킨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열목어 플라이낚시를 할 때는 5.5밀리미터 텅스텐 비드를 사용한 큼직한 님프 훅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레일링의 위를 검사하면 열목어와는 다르게 작은 물고기를 먹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에 굉장히 다양한 곤충을 먹은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녹색의 나비 애벌레부터 각양 각색의 메뚜기, 날도래 유충 등을 먹는다고 했다. 특히 계절별로 많이 보이는 곤충을 주로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레일링 플라이낚시에는 플라이 훅의 색과 모양이 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 계절에 맞는 색상과 형태의 플라이 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10월에는 노란색의 작은 님프 훅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물 속에는 노란색의 작은 날도래 유충이 굉장히 많았다.

그레일링은 5년 정도 자라면 28센티미터 정도가 되는데 산란철을 제외하고는 한 곳에 자리를 정하고 먹이 활동을 한다고 했다. 그 정도 큰 그레일링은 자신의 영역에서 먹이에 대한 우선권이 있어서 보통은 처음 올라오는 개체가 가장 큰 개체이고 그 다음에 근처에 있던 다른 작은 그레일링이 잡힌다고 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 욕심이 많아서 사람이 바로 옆에 서도 플라이 훅을 먹는다고 했다. 혹시 놀라서 잠시 도망가더라도 금방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다.

샨치우형(山丘哥)은 인디케이터 님핑 방식을 권했지만 나는 처음에 유로 님핑을 고집했다. 두 시간 정도 수없이 많은 플라이 훅을 강바닥과 강 위의 나무에 걸어 잊어버리고 나서야 나는 천형이 아침에 나누어 준 인디케이터 님핑 채비로 교체했다.

3미터 정도의 4X 카본 줄에 작은 부표가 달려있고(님프 훅의 무게에 따라서 한 개에서 3개까지 사용) 인디케이터는 낚싯줄 굵기에 맞추어 꽉 조여지는 형태이고 앞 뒤고 멈춤 고무가 달려있어서 장거리 캐스팅에서 인디케이터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한다. 이렇게 만든 채비를 리더 없이 그대로 플라이 라인에 루프투루프(Loop to Loop) 방식으로 연결했다. 교체가 필요할 때는 채비를 분리해서 따로 보관했다. 나는 자주 드라이 훅과 유로 님핑으로 교체가 필요 했기 때문에 리더에 연결해서 사용하다가 교체가 필요하면 분리하고 리더에 1.2미터 정도의 목줄을 새로 연결해서 사용했다. 굵은 4X 라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훅이 나뭇가지나 돌에 걸렸을 때 빼내기가 쉽기 때문이며 예상과 달리 그레일링의 입질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5시까지 낚시했는데 나는 4시 반까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샨치우형은 마지막 30분 동안 나를 옆에 데리고 다니며 인디케이터 님핑을 가르쳐 주었고 4시 40분에 드디어 20센티미터가 넘는 큼직한 그레일링 한 마리를 잡았다. 새로운 방식으로 물고기에 접근하고 물고기를 잡았던 나는 너무나 즐거웠다. 그레일링 인디케이터 님핑은 내가 배우고 연습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낚시 방법이었다.

우선 나는 해당 계절에 해당 강에서 그레일링이 머무는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샨치우형은 항상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그레일링을 찾아냈다. 이 부분은 그레일링 플라이낚시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계절마다 그레일링이 머무는 자리가 달라진다고 했다. 샨치우형은 그 넓은 강에서 정확하게 어느 위치에서 그레일링의 입질이 들어 올지 예상하며 낚시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마법과 같았다. 정확하게 샨치우형이 말한 위치에서 그레일링의 입질이 들어왔다.

또 한 하지 어려운 것은 입질 파악과 챔질이었다. 그레일링이 훅을 삼키면 순식간에 찌(인디케이터)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레일링은 순식간에 훅을 뱉어냈다. 나는 하루 종일 이것이 물고기의 입질인지 알지 못했다. 떠내려오는 낙엽에 훅이 잠깐 걸렸다 빠지거나 빠른 물살이나 물속 소용돌이에 인디케이터가 빨려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샨치우형이 왜 챔질 하지 않냐고 반문했을 때야 이것이 입질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입질을 확인하고 아무리 빨리 챔질 해도 후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샨치우형은 캐스팅 후에 인디케이터(님프 훅)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플라이 라인을 조정(Mending)하고 가급적 하류 쪽으로 라인 관리를 하고 챔질도 수면을 따라 하류쪽으로 하라고 했다. 그레일링은 강에서 가장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이고 흘러가는 먹이를 아래 쪽으로 쫓아와서 삼키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물 흐름을 따라 라인을 최대한 긴장되게 관리하고 하류 방향으로 로드를 눕혀서 챔질 했을 때 후킹 확률이 높다고 했다.

샨치우형이 알려준 요령들을 종합해서 10번 넘는 그레일링의 입질을 받은 끝에 그레일링 한 마리를 잡아냈다. 너무나 흥분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오전 일찍부터 배우려는 자세로 임했다면 좀 더 빨리 요령을 터득하고 훨씬 즐거운 순간들을 만들었을 것인데 나는 이날 그렇지 못했다.

그 후로도 여러 번의 입질을 받았지만 챔질에 성공하지 못했다. 5시가 되어서 물이 검어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다시 강을 건너서 길로 나왔다. 이날 샨치우형이 알려준 물고기 찾는 방법과 입질 보는 방법, 챔질 하는 방법 등을 되새겨 보고 있지만 제대로 터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날 낮에 가장 힘든 순간 한 팀이었던 송형(宋哥)이 건네준 초콜릿 한 조각이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또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2026.10.7 Shin Ho Chul "INTO THE WILD."

왼쪽부터 송형(宋哥), 나, 샨치우형(山丘哥)
우리는 이날 호랑이가 출몰하는 숲에서 같이 플라이낚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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