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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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어보면 식물마다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하루종일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를 좋아하는 고추나 가지, 오이, 호박 같은 친구들이 있고, 햇살이 조금 들어오고 시원한 자리를 좋아하는 상사화, 바위치, 취나물 같은 친구들이 있고, 습기가 많고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머위, 참나물 같은 친구들이 있고, 습기가 많고 햇살도 많아야 하는 토란이나 미나리 같은 친구들도 있다.
그 식물들이 좋아하는 자리를 잘 찾아서 심어주면 햇볕과 비를 맞으며 스스로 튼튼하게 자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결국 시들들해지다가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식물을 심을때는 그 식물이 좋아하는 자리를 찾는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서로 다른 곳에서 자라는 같은 풀들을 보면서 "이 풀은 이런 곳에서 더 잘 자라는구나", "이 풀은 이런 곳에서 잘 못자라는구나" 비교해보는 습관을 가지면 식물들이 좋아하는 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아버지의 다리가 불편해지신 뒤로 틈틈이 부모님의 텃밭을 대신 관리하면서 아주 작은 규모의 농사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식물마다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그 식물이 좋아할 만한 자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
심고 나서 중요한 것은 그 식물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때까지 매일매일 유심히 관찰하며 물을 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흙이 하루 이틀만 건조해도 잎사귀가 축 처진다. 그러면 잘 관찰하고 있다가 바로 혹은 다음날 새벽에 뿌리 쪽에 물을 충분히 준다. 그러면 축 늘어졌던 잎사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파릇파릇 해졌다가 흙이 마르면 금세 다시 축 처진다. 그러면 다시 물을 준다. 그렇게 반복되면서 점점 뿌리는 깊어지고 줄기는 땅속 깊은 곳에서 충분한 수분을 잎사귀로 운반하기 위해 두꺼지고 튼튼해진다. 그리고 나서는 왠만해서는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내리는 비로도 충분해진다. 가끔 너무 오랜기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가 관여해서 뿌리 깊은 곳까지 충분히 물이 스며들도록 물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점점 드물어진다.
강가에서 물고기를 꼬드기며 노는 것을 무엇보다 즐거워하는 나이지만 최근 몇년 흙을 가지고 노는 것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끊임 없이 틈틈이 흙을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2026.5.7 Shin Ho Chul "INTO THE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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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밭의 잡초를 뽑다가 잠시 쉬고 있는데 커다란 하루살이 한 마리가 내 손에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날아갔다. 마치 나에게 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빨리 강가로 가자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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