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부시리 플라이낚시

바다 플라이낚시

지난 10월에 진행한 바다 플라이낚시의 가장 중요한 대상어에는 부시리(Yellowtail Kingfish, 黄条鰤)와 방어(Amberjack, 青甘鱼)였다. 우리는 부시리와 방어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어쩌면 받았던 입질 중에 부시리나 방어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정 거의 마지막에 우리는 미터급 방어를 한 마리 통째로 사서 먹었다. 거대한 4접시의 회가 나왔고 특정 내장은 삶아서 먹기 좋게 썰어먹었고 머리와 살이 많이 붙은 척추는 숯불에 바짝 구워서 먹었다. 어쩌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조금은 화가 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어쩌면 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에도…).

본래는 찌낚시를 하다가도 수면으로 작은 물고기나 밑밥으로 주는 새우를 먹으로 올라오는 부시리나 방어가 보인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10월 중순) 비가 내렸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그런 모습들이 사라졌다고 했다. 부시리와 방어가 수온이 갑자기 2도 정도 떨어지면서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했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일정 내내 기온 변화가 심했고 부시리와 방어는 한 번도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수심 10미터 넘게(때로는 40미터까지) 플라이 훅을 가라앉혀야 했는데 우리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1분을 기다려도 간신히 4미터 정도 내려간다고 느껴졌다. 처음에는 빠르게 잠기는 듯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잠기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다고 느껴졌다. 파도에 밀려 발앞으로 다가오는 플라이 라인을 회수하다가 보면 훅이 4미터 정도 잠겼다고 추측될 때는 이미 나에게 가깝게 붙은 상태로 액션을 줄 수 있는 구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간혹 60센티미터 정도 되는 방어나 부시리 같이 생긴 물고기가 수면으로 따라 올라왔지만 꼬리쪽을 살짝 물거나 바로 앞에서 그냥 돌아섰다. 꼬리쪽에 훅을 추가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를 맡아 주셨던 분은 부시리의 경우 물속에서 무서울 게 없는 물고기이고 먹성이 굉장하다고 했다. 밑밥으로 주는 작은 새우부터 40센티미티급의 벵에돔까지 먹지 않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작은 물고기들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밀물 썰물 때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는 곳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먹이 물고기들이 있는 한 부시리와 방어는 잘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물고기가 있는 수심층으로 훅을 내릴 수만 있으면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중요한 건 우리에게는 먹이 물고기들이 모이는 곳을 찾을 수 있는 능력과 경험도, 훅을 10미터까지 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벵에돔 찌낚시를 하신 분에게 도움을 받아 작은 멸치때가 모일만한 곳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일정 중 이틀은 배를 타고 작은 무인도에 들어가 부시리, 방어 플라이낚시를 시도했다. 대상어종은 잡지 못했지만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루어나 찌낚시와 플라이낚시의 큰 차이점 하나를 인지하게 되었다. 루어와 찌낚시는 낚시를 하다가 보면 수면 아래의 수십 미터 지형까지 알게 되지만 수면에서 수면 아래 5미터 구간을 공략하는 플라이낚시로는 그러한 물속 지형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5미터 이상의 깊은 수심에서는 분명 플라이낚시의 한계가 보였다. 깊은 물속 지형을 파악하는 일도, 그런한 깊은 수심층을 공략하는 일도 플라이낚시로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우리의 숙제는 그러한 방법을 찾는 것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물고기를 걸기 까지의 어려운 점이라면 뒤에 이야기는 걸고 난 후의 이야기이다.

우선 상처에 유리한 카본 줄을 사용했다. 5호, 7호, 10호, 12호, 14호 목줄(Tippet)까지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보면 커다란 부시리의 경우 10호 줄을 사용한다고 했다. 우리는 딱 한 번 10번(10wt) 장비로도 제어가 어려운 커다란 물고기를 걸었고 5호 목줄을 사용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목줄 중간이 아닌 매듭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파이팅을 하는동안 5호 줄은 잘 버텨 주었고 결국 마지막에 매듭의 약한 부위가 끊어졌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선 5호 줄도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매듭 강도에 굉장히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렵게 걸었던 물고기도 작은 부주의로 놓칠 수 있었다. 그래서 매듭 등 채비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낚시를 해야 한다.

부시리나 방어가 돌아다는 연안의 바다는 물속에 많은 암초가 있기 때문에 물고기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혹은 경험)도 필요하며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커다란 부시리나 방어도 낚싯줄을 가리기 때문에 가급적 가느다란 낚싯줄을 사용해야 후킹 확률을 높일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목줄의 사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느꼈다. 단순히 10호 줄은 안 끊어진다고 10호 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물고기의 경계심에 영향을 적게 주면서 안전하게 랜딩할 수 있는 목줄의 굵기를 찾아야했다. 지금까지는 60센티미터 정도의 부시리나 방어를 상대로는 5호 이하의 카본줄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많은 수의 대상어종을 걸어 본 것이 아니라서 아직은 굉장히 모호한 판단이다.

나의 경우 EP Minnow 훅을 주로 사용했다. 아무리 강하게 보완해도 눈 부분은 캐스팅 몇 번에 깨져버리거나 떨어져 나가서 후에는 플라이 훅의 눈을 아이에 생략했다. 이 부분은 아직 확신이 없다. 아무래도 물고기의 경계심을 높이는데 영향을 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작업인 듯하여 생략하고 있다. 첫날 플라이 훅의 꼬리 부분을 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해서 꼬리 부분에 훅을 추가했는데 이번에는 쫓아만 오고 물지 않았다. 꼬리를 살짝만 물어도 후킹 되었을 것인데 꼬리 부분에 훅을 추가하고서는 꼬리를 무는 입질 자체가 사라졌다. 경험 자체가 많지 않기에 몇 번의 경험으로 결론을 내기가 어렵니다. 이러한 부분은 좀 더 많은 경험이 쌓여야 좀 더 확실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

큼직한 EP Minnow는 확실히 물고기들의 관심을 끌었다. 꽤 여러 어종이 쫓아오는데 결정적으로 물지를 않았다. 훅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직은 헷갈리는데 느낌에는 훅 자체 문제보다 훅에 주는 움직임(Presentation)의 문제인 것 같다. 분명히 마지막까지 훅을 쫓아오는 것은 먹을 마음이 들었다는 것인데 결정적으로 삼키지 않는 것은 훅의 움직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무언가 결론을 내리기에는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좀 더 경험을 쌓아야 하고 결론은 나중에 천천히 내려야 할 듯하다. 우선은 이번의 경험과 느낌을 기록하고 다음을 준비하면서 참고해야겠다.

다른 낚시 장르에 비해서 플라이낚시 낚시 인구가 적고 그 중에서도 바다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더욱더 소수이기 때문에 플라이낚시로 바다 어종을 공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인터넷과 서적을 뒤져가며 바다 플라이낚시를 공부하고 직접 경험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지만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 바다 플라이낚시를 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도움도 받으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사실 바다 플라이낚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플라이낚시의 한계가 아니다.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낚시 방법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바다 플라이낚시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현지에서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은 어떤 대상 어종이 정해지면 그 대상 어종에 가장 효율적인 낚시 방법을 선택해서 낚시를 즐긴다. 굳이 특정 낚시 방법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다 “굳이 어렵게 플라이낚시로 이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나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하는 질문이고 이번 조행 중에서 현지 가이드가 여러 번 나에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굳이 안되는 방법으로 시도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꽤나 답답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나도 없다. 나는 그저 이렇게 대답했다 “저에게 다른 낚시 장르로 이 물고기를 잡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어서요.” -2025.10.29 Shin Ho Chul

EP-Minnow
큼직한(#2, #1/0) EP Minnow 훅들이 자꾸 숏바이트가 나서 만들어본 8번 크기의 작은 훅들
하지만 작은 훅은 큰 물고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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