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일링이라는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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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이롱지앙성(黑龙江省) 유로님핑 플라이낚시
10월 초에 진행한 플라이낚시 교류회는 중국 허이롱지앙성(黑龙江省)의 강과 계곡에서 진행되었는데 그곳에는 보호 어종인 열목어(Lenok, 细鳞鲑)와 그레일링(Amur Grayling, 黑龙江茴鱼, 학명: Thymallus arcticus grubei)이라는 물고기의 서식지이기도 했다. 두 어종은 해당 지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포획도 금지하고 있고 취미로 하는 낚시(낚싯대 하나, 바늘 하나의 형태)에서 잡혔을 경우 현장에서 바로 놓아주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중국에는 형태나 습성이 비슷한 두 종류의 그레일링 아종이 분포하는데 한 종은 압록강에 서식하는 종(鸭绿江的鸭绿江茴鱼, 학명: Thymallus arcticus yaluensis)이고 다른 한 종은 신장(新疆)에 서식하는 종(新疆额尔齐斯河流域的北极茴鱼, Thymallus arcticus arcticus)이다.
그레일링은 냉수성 어종이며 온도에 굉장히 예민해서 365일 16도 이하의 차가운 수온이 유지되어야 살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강과 계곡이 그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2년 전 크게 가뭄이 들었을 때 수량이 낮아지면서 수온이 올라가 그레일링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두 어종의 번식기가 겹치는데 모두 4월, 5월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느끼기에 열목어와 그레일링이 같이 분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었다. 어떤 기준에서인지 같은 강에서도 어느정도 서식구역이 구분되는 듯했는데 그레일링은 확실히 물속 구조가 복잡하고 물살이 빠른 곳을 선호하고 있었고 열목가 선호하는 환경은 좀 더 다양하다고 느꼈다.
해당 지역에서 낚시에 적합한 기간은 6월초에서 10월 중순 까지이고 그 외에는 눈이 내리고 너무 추워서 플라이낚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마침 10월 초에 방문하여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형형색색의 물들어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피를 빠는 진드기들이 극성을 부려서 물릴 경우 그냥 뽑으면 이빨이 살 속에 남아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병원에가서 처리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현지인들은 조금 춥기는 해도 6월초나 10월초를 권장했다.
그레일링 치어의 경우 산천어처럼 6개의 세로로 된 파마크가 선명하게 나타났고 큰 개체의 경우 파마크가 사라지고 대신에 은빛 반짝이는 비늘에 부분적으로 분홍색과 자주색이 반짝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등지느러미를 자랑한다.
여름에는 작은 여울들에도 큼직한 그레일링이 퍼져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10월은 이미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서 깊은 산속 작은 지류의 경우 큼직한 그레일링은 이미 깊고 큰 소에 모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새벽에는 플라이로드 가이드에 얼음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고 해가 높아지면서 푸근한 날씨로 변했다. 해발 고도가 조금 높은 산의 나뭇잎들은 이미 모두 떨어지고 없었고 해발 고도가 조금 낮은 곳에는 이제 한참 나뭇잎들이 형형색색 물들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 산을 오색산(五彩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레일링의 경우 큰 개체는 28센티미터에서 35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1미터 이상 되는 수심에서 5번 로드(5wt)로 걸었을 때 수면으로 뽑아내기 힘들 정도로 힘이 좋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작은 개체들과는 다른 물고기로 느껴질 정도로 힘에서 차이가 났다. 2분 넘게 물속에서 버티다가 바늘이 빠져버린 경우도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레일링이라는 물고기와 열목어의 생태에 관해 많이 듣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려서부터 이곳에 살던 어르신은 40년 전만 해도 이곳 강에는 1미터 가까이 되는 20킬로그램의 타이멘(哲罗鱼, Taimen)이 살았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치를 감추었고 중국 정부에서 몇 년 전에 치어를 방류했지만 금방 다시 사라졌다고 했다.
어르신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어려서부터 이곳 강에서 낚시를 했는데 우리가 만드는 플라이 훅과 비슷한 수생곤충 훅을 만들어 사용했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도구나 재료가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계절마다 우화하는 벌레를 관찰하고 모방해서 손으로 드라이 훅을 만들었고 우연히 물고기가 잘 무는 색상과 크기의 드라이 훅을 발견하면 보물처럼 간직했다고 했다. 어르신은 계절마다 많이 우화하는 수생곤충의 이름은 잘 몰랐지만 색과 크기 등 습성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계셨다. 지금 계절에 물고기가 잘 무는 장소를 물었는데 뭔가 말하려다가 잠깐 머뭇거리시더니 끝내 말하지 않으셨다. 많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플라이낚시로 많은 종류의 새로운 물고기를 잡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욕구가 많이 사라졌다. 그보다는 올바른 캐스팅 방법과 더 효율적으로 캐스팅하는 방법 그리고 올바른 타잉 재료의 사용법과 여러 플라이 훅 구조의 목적을 공부하는 것이 더 즐겁다고 느낀다.
이번 여행은 플라이낚시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25.10.15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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