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와 도깨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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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 작은 시골 마을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노부부의 아들들은 도시에서 일을 하며 살았고 노부부는 아들들과 떨어져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시골 마을에서 소박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 숲 속으로 좀 더 들어가면 깊은 산속에는 도깨비 마을이 있었고 그곳에는 도깨비들이 살았다.
도깨비 아이들은 어느 정도 크면 독립을 해야 했다. 그 중 한 아이 도깨비가 자신이 살 새로운 집을 찾아 집을 나섰다. 아이 도깨비는 한참을 헤매다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산 중턱 작은 시골 마을까지 내려왔다. 자신이 살만한 집을 찾아다니다가 늦은 밤 한 노부부가 살고 있는 조용하고 작은 집을 발견했다. 집은 크지 않았지만 잘 정리되어 있었고 작은 정원에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도깨비는 그 집 마당 한편 노부부가 미쳐 뽑지 못한 작은 환삼덩굴을 발견하고는 그 아래로 기어들어가 피곤한 눈을 붙였다.
아침 일찍 고추를 따러 나온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마당 한편에 자라기 시작한 환삼덩굴을 뽑으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놀랍게도 그 아래에서 세상몰라라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작은 도깨비를 보았다. 도깨비가 안쓰러워 할머니는 조심히 뒤돌아서서 고추만 먹을만큼 따서 집으로 들어갔다.
도깨비는 노부부가 해코지를 하지 않자 아이에 환삼덩굴 아래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나갔다.
도깨비에게는 가족이 생겼다. 예쁜 부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아기 도깨비가 같이 살고 있었다. 조그마했던 환삼덩굴은 어느덧 제법 커져서 노부부 마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날 아기 도깨비는 아빠 도깨비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저 노부부는 누구예요?” 아빠 도깨비는 말했다. “우리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노부부란다.”
어느날 환삼덩굴이 너무 커져버려서 발 디딜 틈도 없어지자 할머니는 가위를 가지고 나와서 덩굴의 한 쪽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걸 본 아기 도깨비는 화가나서 할머리 신발 아래로 들어가 할머니를 미끄러트려 넘어지게 했다. 할머니는 놀라고 아파서 집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기 도깨비의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점점 더 심한 장난이 되어서 도깨비 가족이 모두 노부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노부부는 너무 무서워서 팔에 멍이 들고 다리가 부러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느날 부모님의 집에 온 아들들은 도깨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부모님을 보았다. 아들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마당 가득 자란 환삼덩굴을 조그마한 뿌리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걷어냈다.
도깨비들이 필사적으로 노부부의 아들들을 때리고 물어뜯고 넘어트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도깨비 가족은 노부부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 환삼덩굴이 하나 가득한 마당을 찾아 그곳으로 들어가 터를 잡았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나서 새로 찾은 집에 살던 사람들도 환삼덩굴 아래에 살고 있는 도깨비를 발견하고는 환삼덩굴을 깨끗하게 걷어냈다. 도깨비 가족은 그렇게 점점 노부부의 집에서 멀어지다가 결국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떠나게 되었고 결국은 다시 숲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산 중턱의 작은 마을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2025.8.31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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