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가물치 플라이낚시

중국 베이징 도심 속 호숫가

“도대체 가물치(Snakehead, 黑鱼) 플라이낚시에 대한 열정은 언제쯤에 식을까?” 요즘 가물치 플라이낚시에 너무 심취되어 있는 것 같다. 강가에 다른 큼직한 물고기들이 눈앞에서 어른거려도 가물치 찾기를 멈출 수가 없는 요즘이다.

최근에 베이징의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 비가 온다고 한 날은 비가 없고 비가 없다고 한 날은 비가 있다. 오늘은 분명 비가 없다고 했는데 새벽 3시에 요란스러운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호숫가로 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 부슬비만 내려도 망설임 없이 집을 나설텐데 소낙비가 내리고 있다. 침대에 누워 한참을 고민해 보아도 빗소리가 줄어들지 않아 일단 호숫가로 가보기로 결정하고 집을 나섰다.

많이 내리는 비에 일부 길가는 작은 개울이 되었다. 주차해 둔 차 옆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발 속의 양말까지 젖어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줄어들기 시작하던 빗방울은 이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든지 다시 내릴 것 같았지만 우선 플라이로드를 조립하고 채비를 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빠르게 준비해서 호숫가로 향했다(우산도 챙겼다).

며칠 동안 계획했던 장소에 드디어 섰다. 수없이 많은 상상과 계획을 했다. 새로 만든 훅을 묶어 생각했던 곳으로 순서대로 캐스팅해 나갔다. 비가 오고 있어서 그런지 수면에 먹이 활동하는 물고기들이 거의 없었다. 비가 그치고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수서 곤충들이 우화하고 그 곤충을 먹기 위해 작은 물고기들이 움직이고 그 작은 물고기를 먹기 위해 가물치와 같은 육식 어종이 움직일 것이다. 비록 수면에 보여지는 먹이 활동은 없지만 분명 수면 아래 어딘가에서 몸을 움추리고 지나가는 물고기를 기다리는 가물치가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캐스팅했다.

하지만 결국 처음 계획하고 기대했던 장소에서는 가물치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얕은 곳에 있다면 분명 훅을 쫒아 왔을 것인데 깊은 곳으로 들어갔거나 혹은 더 얕은 부들 숲 사이로 들어가서 쉬고 있을 수도 있다.

장소를 옮겼다. 지난번 여러 번 가물치의 입질을 받았던 곳으로 갔다. 이곳에서도 가물치의 먹이 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른 작은 물고기의 움직임도 없었다. 새로 만든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 #4)도 지난번에 잘 먹혔던 고무 개구리 훅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4)을 꺼내 묶었다. 몇 번의 캐스팅만에 작은 가물치 한 마리가 훅을 난폭하게 물고 올라왔다. 그 후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아 자리를 옮겼다. 호수를 관리하시는 분들이 얼마전 두껍게 자란 수초들을 걷어내서 산처럼 쌓아두었는데 아마도 이러한 변화들이 가물치의 먹이 활성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았다.

빗발이 다기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지고 다니던 우산을 펴서 들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3호 플라이 로드를 들고서 호숫가를 걸어가며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곳에 검은 거머리 훅(Black Leech #4)을 캐스팅했다. 작은 물고기들 주변에 분명 가물치가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빗발은 굵어져도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캐스팅하며 이동하던 중 빗발은 약해지기 시작했고 5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시커먼 가물치가 거머리 훅을 따라왔다. 금방이라도 덮칠 것처럼 빠르게 쫓아왔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지막 순간에 물지 않았다. 내가 훅에 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거나 혹은 훅의 모양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먹이 활성도가 올라온 가물치는 아닌 것 같았다. 멋지게 훅을 따라왔지만 쉽게 훅을 물어주지는 않았다.

빗소리도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고 충분히 낚시했다고 생각한 나도 낚싯대를 접었다. 새벽 6시 30분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충분히 낚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과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이른 새벽에 이렇게 간편하게 가물치 플라이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다.

플라이낚시를 하다가 보면 눈으로 먼저 물고기를 쫓다보니 보이는 물고기를 잡아내려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다. 장단점이 있는 부분이지만 오늘 느낀 점은 보이지 않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 어종이 있을만한 자리를 미리 확인하고 멀리서 경계심을 최대한으로 줄여서 캐스팅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너무 눈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5.7.10 Shin Ho Chul

비오는 날 새벽에 베이징의 호숫가에서 잡은 아담한 가물치(Snakehead, 黑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