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물치

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에서 플라이낚시

첫째 날은 밤새 비가 내렸고 오후까지도 부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오후 3시에 강가에 도착해서 5시까지 2시간 정도 낚시했다. 이번에 수리한 6호 플라이 로드에 4호 크기의 거머리 훅(Black Leech #4)과 플라이낚시 동호회 사람이 만든 생쥐 훅(Mouse #1), 고무 개구리 훅(Foam Frog #1) 등 다양한 플라이 훅을 실험했다.

최근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강 하류에서 미리 수문을 열어 수위 조절을 하는지 수위(水位)가 며칠 전에 비해서50센티미터 정도 줄어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강가에 가물치들의 움직임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간혹 보이는 가물치들도 훅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수위가 갑자기 낮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너무 많은 변수들이 겹쳐서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볼 뿐이었다.

처음 사용하는 6호 플라이 로드는 평소에 사용하던 3호 플라이 로드에 비해서 너무 무거웠다. 장점은 무거운 훅으로 15미터 정도의 거리를 굉장히 편하게 캐스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1호 크기의 개구리 훅은 제대로 캐스팅이 되지 않았는데 후에 동호회 사람들에게 문의하니 티펫을 너무 가늘게 사용했다고 했다. 가물치가 줄을 인식하는 듯해서 6X(0.6호) 라인을 사용했었다.

딱 한 번 꽤 큰 가물치가 물속으로 따라오다가 검정 거머리 훅(Black Leech #4)을 물었는데 순간 물속 구조물(침수된 나무 등)에 걸린 줄 알았다. 챔질 하지 않고 플라이 로드를 천천히 뒤로 젖혀서 당겨 보는데 물속에서 묵직한 녀석이 몸을 뒤집으며 바늘 털이를 했다. 제대로 챔질 하지 못해서 그런지 순간 훅은 맥없이 물속에서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다.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입질을 그렇게 허무하게 놓치고만다.

오늘은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가물치의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철수하기 전 6호 로드로 캐스팅 연습을 30분 정도 했다. 총 30미터 길이의 플라이 라인인데 20미터 정도는 캐스팅이 가능하데 30미터를 다 캐스팅하지는 못했다. 연습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가물치 플라이낚시가 꽤 익숙해져서 잡지 못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딱 한 번의 입질을 받았을 뿐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둘째 날은 동호회의 동형(东哥)와 같이 같은 곳을 찾았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햇살이 강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다. 동형은 5호 로드를 나는 3호 로드를 준비했다. 크고 작은 가물치를 모두 노려볼 계산에서였다.

강가에 내려서자마자 1미터는 쉽게 넘을 듯한 엄청나게 큰 가물치를 보았다. 얕은 수초 지대에 있다가 우리를 인지하고는 빽빽하게 자란 수초 가장자리를 따라서 천천히 깊은 물 속으로 헤엄쳐 갔다. 꽤 멀리서 물에도 들어가지 않고 캐스팅을 하고 있었는데 가물치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두 명이서 2시간 동안 가물치가 있을만한 자리를 열심히 두드렸지만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 이상했다. 갈대숲 안에서 개구리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작은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도 거의 없었다. 이상해서 작은 훅으로 교체해서 작은 물고기들을 노려보았는데 간혹 쫓아는 오는데 물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정황상 누군가 전기로 물고기들을 잡은 것 같았다. 강가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큼직한 수십 마리 수백 마리의 붕어 때가 노닐고 살치, 백조어가 항상 바글거리던 강가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상류 쪽으로 꽤 많이 걸어 올라가 보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소 강가 얕은 곳에서 번식하던 끄리와 피라미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의 확신에 가깝게 누군가가 전기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고 느꼈다.

항상 이렇다. 항상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장소는 어느 날 갑자기 예전과는 다른 곳이 되어버린다. 전기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중국에서도 엄하게 다스리고 있지만 저녁에 몰래 강 어딘가에서 불법 어로 행위를 하는 것까지 모두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는 강이 너무나 넓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낚시했지만 결국 가물치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철수해야만 했다. 플라이낚시로 가물치를 잡기에 너무나도 멋진 장소였는데 왠지 그 장소를 영원히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항상 장소의 공유에 조심스러운 이유이다. 앞으로는 좀 더 조용히 낚시를 다닐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다른 복잡한 원인이 아닌 최근에 우리가 이곳을 너무 많이 찾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가물치를 많이 잡지도 못했고 한 마리도 가져가지 않았지만 분명 가물치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대상어종이 잘 나오는 한곳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곳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주변 동네 사람들, 주변 다른 낚시하는 사람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2025.7.4 Shin Ho Chul

중국 베이징, 플라이낚시에 올라온 작은 가물치 
가물치는 1년에 25센티미터 정도 큰다고 하니 작년에 태어난 개체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