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봄까치꽃과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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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뽑다가 발견한 야생화와 까치 이야기
밭에 잡초를 뽑다가 예쁘게 군락을 이루며 파랗고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를 발견했다. 하루종일 잡초 뽑고 밭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라 지쳐있는 상태여서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뽑아버리려고 했다. 잎이 억세지 않은데 깨끗하고 작고 파란 꽃이 예뻐서 잠시 이 야생화를 빼고서 주변의 잡초는 모조리 뽑아버렸다.
나에게 잡초의 기준은 “자라면 안 되는 자리에서 자라는 풀”이다. 순전히 자기 중심적인 기준이다.
며칠 동안 뽑아버릴까 틈틈이 고민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이 이름 모를 야생화를 뽑지 않고 놔두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관찰해 보니 나름 예쁜 구석이 있어서 결국은 있던 자리에 남겨 두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 마음속 잡초에서 야생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모두 야생화가 되었을 것인데 나의 무지(无知)로 대부분은 잡초가 되었다.
작고 파란 꽃은 꽃집의 화려한 꽃 같지는 않지만 분명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저녁 해가 산 뒤로 넘어갈 때쯤 되면 그렇지 않아도 작은 꽃은 더 작게 오그라들었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면 다시 활짝 피어났다.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특성을 가진 꽃이 오랫동안 피었다. 밭일을 하면서 스쳐 지나가며 보는 이 야생화는 나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다.
한참이 시간이 흐른 후에 이 야생화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어렵지 않게 큰개불알풀(Persian Speedwell, Bird’s Eye Speedwell, 阿拉伯婆婆)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개불알풀이라는 야생초도 있는데 꽃에 분홍색이 있는가보다.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듯한 이 이름은 일본인이 지은 이름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을 그대로 직역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이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 야생화의 이름을 “큰봄까치꽃”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우연히도 내가 밭일을 하며 까치 두 쌍이 서로 자신들이 둥지를 틀 나무를 얻기 위해 땅에서 뒹구르며 싸우는 것을 목격하였다. 싸움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큰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이 나에게는 낯설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까치가 굉장히 신중한 새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내가 밭일을 하는 동안 싸움에 승기를 잡은 한 쌍의 까치는 내 주변을 자주 어슬렁거렸고 주변에 자신들에게 해코지하는 사람이 없는지 유심히 살폈다. 내가 한국에서 밭일을 하는 3주 동안 둥지를 틀려고 하는 주변에 다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는 까치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둥지를 틀기 전에 주변을 꼼꼼히 살피는 까치들을 보며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맹모삼천지교)가 떠올랐다.
어차피 다 채우지 못하는 밭 한켠에 누가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내리는 햇살을 고스란히 다 받고 내리는 비에 고스란히 자신을 다 적시며 누구 하나 봐주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강하게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야생화를 남겼다. -2025.4.12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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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 한켠에 자리잡은 큰봄까치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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