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산 금강(锦江) 상류 적벽강
일 년에 한두번 큰삼촌 작은외삼촌과 함께 한국의 전통 낚시인 견지낚시(GyeonJi)를 간다. 그물로 만든 썰망에 깻묵 덩어리와 가루를 적정 비율(보통은 7:3)로 섞어서 물 속에 넣어두고(썰망은 줄이 달려 있고 줄 중간에 무거운 추를 달아 여울 바닥에 가라앉힌다) 여울 물살에 깻묵이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면서 물고기를 내 앞에 줄세운다. 그리고는 구더기(Maggot) 미끼로 누치(Skin Carp, 重唇鱼), 끄리(Piscivorous Chub, 马口鱼), 피라미(Pale Chub, 宽鳍鱲), 갈겨니(Dark Chub, 纵纹鱲), 쉬리, 모래무지, 참마자 등의 여울 속의 대부분의 물고기를 유혹한다. 물고기마다 좋아하는 수심층이 있고 여물마다 물살이 다르기 때문에 속이 비어있는 고무줄을 원줄에 통과시킨 후 고무줄 위에 무게가 다른 추를 달아가며 공략 수심을 조정한다.
누치와 같이 완전히 바닥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공략할 때는 추를 무겁게 달아 미끼를 최대한 바닥에 붙여놓는다. 줄을 당길 때 추가 물살에 위로 떴다가 줄을 놓을 때 그만큼 떠내려가서 다시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물속의 돌을 넘겨가며 바닥에서 먹이활동하고 있을 누치를 노린다. 우리는 보통 피라미와 갈겨니를 잡으러 다니기 때문에 추를 달지 않고 흘리거나 필요에 따라 추를 아주 조금만 단다.
나는 미끼로 구더기 대신에 플라이 훅(Bead Nymph #18)을 썼다. 견지낚시는 원줄과 목줄 구분없이 50미터 정도의 원줄을 사용하여 견지대의 휨세와 낚싯줄의 탄력을 함께 사용해서 큰 물고기를 제압한다. 나는 플라이 훅이 회전하면서 줄이 꼬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플라이 훅 위 2미터 정도 위치에 8자도래를 써서 플라이 훅이 회전하면서 줄이 꼬이는 현상을 해결했다. 8자 도래와 플라이 훅 사이의 목줄 길이는 상황에 따라서 길이를 조정한다. 목줄이 얇고 길수록 입질 받는데 유리하다.
삼촌 두 분은 구더기를 사용했고 나는 플라이 훅을 사용했는데 조과 차이는 어땠을까?
피라미 전용 연질의 견지대(GyeonJi-Rod)를 사용했다. 견지대는 총 70센티미터의 길이에 물고기를 걸었을때 중간대의 중간 부분(허리)이 휘도록 설계되었다. 피라미 전용대는 중간을 좀 더 얇게 깍았다. 이 중간대를 만드는 과정은 대를 롤러에 물려 돌리면서 사포를 사용해서 손으로 조금씩 깍아내며 만든다.
설장을 위에서 보았을때 가장 위의 빗살과 가장 아래의 빗살의 각도는 90도이다. 이런 구조의 설장은 큰 물고기가 힘을 쓸때 줄이 설장에 타며 탁! 탁! 탁! 걸리면서 드랙 역할을 한다. 내가 사용하는 견지대 설장의 폭은 7.5센티미터이고 설장 길이(정확하게는 섶대의 길이)는 17센티미터이다. 2023년 6월 광미낚시의 박우진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견지대이다. 2년 전 처음 진지하게 견지낚시를 배워보고 싶다고 느끼고 있을 때 박우진 선생님은 자신이 알고 계신 것들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가르쳐주셨다.
가장 위의 빗살과 가장 아래의 빗살은 섭대를 관통하여 고정하였는데 이를 장자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빗살은 총 23개(보통 22개에서 25개 사이로 만든다고 한다)이고 가장 위의 3개의 빗살과 아래쪽의 3개의 빗살은 검은색으로 가운데 빗살은 파란색으로 그 외에는 흰색으로 하는 등 총 3가지 색상의 빗살을 사용해서 멋을 냈다. 나는 낚시를 할 때 물고기가 입질한 거리를 표시하는 목적으로 입질 후의 줄을 특정 색상의 빗살 구간에 감아두고 다음에 줄을 풀때 참고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단순히 멋만 내는 용도는 아니다.
중간대와 설장의 빗살 재질은 일반적으로 강화유리섬유를 사용하는데 속이 비어있는 튜블라(Tubula) 형태가 아닌 속이 꽉 차있는 솔리드(Solid) 형태이다. 속이 꽉 차 있는 솔리드 형태는 원하는 만큼 깍아서 가공이 가능하고 물고기의 입질을 좀 더 예민하게 잡아내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유일하게 설장의 가장 바깥쪽인 섶대는 대나무로 만드는데 수분 침투과 부식을 막기위해 들기름에 충분히 삶아서 사용한다고 한다.
쥠통 마감목은 분홍색의 반투명한 프라스틱 구슬로 만들어주셨는데 단아한 색과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견지대를 만드는 사람마다 다양한 소재와 모양으로 마감목을 만든다고 한다. 지금은 별세하신 노선주라는 분이 만드신 견지대를 보통 노씨대라고 하는데 그분은 쥠통 마감목을 항상 육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지금은 그 자녀분이 전통을 이어받아 노씨대를 만들고있다).
견지대 품질을 확인하는 방법은 1. 견지대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흔들다가 멈추었을때 설장은 잠깐 흔들리다가 멈출 것이다. 이때 너무 오래 흔들리다거나 손잡이까지 같이 흔들리면 좋지 않다. 2. 설장 밑의 목 부분을 왼손 손까락으로 V자로 만들어 올려 두고 돌렸을때 설장의 좌, 우 대칭이 맞아서 부드럽게 돌아가면 좋은 것이고 균형이 맞지 않아 흔들거리면 좋지 않은 것이다. 3. 손잡이를 잡고 반대손으로 설장 가운데의 튀어나온 선단부(코)를 살짝 누르고 중앙대가 살짝 휘도록 한 후에 부드럽게 도는지 확인한다. 4. 허벅지 위에 뉘여서 양쪽을 살짝 눌러 돌렸을때 일정하게 돌지 않고 튀는 부위가 있는지 확인. 5. 하지 말아야 할 동작으로 두 손으로 견지대를 양쪽에서 잡고 강제로 휘어서 견지대의 휨새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동작은 자칫 중앙대가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
나에게 견지낚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물고기의 힘이 가느다란 중간대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낚싯줄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여울을 따라 흘리던 중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덜컥하고 전해지는 물고기의 입질 순간과 줄을 감으며 끌어올리는 중간중간 전달되는 물고기의 신랄한 바늘털이는 내가 견지낚시에 빠져드는 이유다. 나는 구더기 대신에 플라이 훅(Fly Hook)을 사용할 뿐 다른 모든 것은 전통 견지낚시의 방법을 따른다.
견지의 또다른 매력은 같이 간 일행이 나란히 서서 낚시하면서 서로의 조과를 나누며 즐겁게 낚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썰망은 각자가 따로 사용해야 한다).
플라이 훅 미끼로 이틀 동안 구더기 미끼를 사용한 삼촌들과 거의 같은 조과를 냈다. 많은 수의 피라미와 갈겨니를 재미있게 잡았다. 플라이 훅도 새로 달지 않고 작년에 쓰다가 견지대에 걸어둔 것으로 사용했다. 작년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듯이 대상어가 피라미와 갈겨니였기 때문에 훅이 거의 망가지지 않았다. 삼촌들은 그래도 구더기 미끼가 더 좋다고 하셨다. 왠지 구더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견지낚시의 묘미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구더기 미끼를 사용하는 삼촌들은 피라미의 입질이 많았고 플라이 훅을 사용하는 나의 경우 대부분이 갈겨니의 입질이었다.
물이 아직은 많이 차가워서 처음으로 무릅장화를 사서 신었다. 조금 답답한 느낌은 있었지만 발이 물에 졌지 않으니 낚시 중간중간 쉴 때도 편했고 하루종일 발을 뽀송뽀송하게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자주 무릅장화를 사용할 것 같다.
견지낚시는 플라이낚시처럼 여러 포인트에 미끼를 던지지 않고 한 자리에 고정하고 서서 같은 곳에 미끼를 반복적으로 흘리기 때문에 깻묵을 사용해서 물고기들을 내가 서 있는 여울 아래에 모아놓고 잡는다. 그래서 여울의 물 흐름을 읽는 것은 조과에 중요한 요인이되고 여울을 더 자세하게 관찰하게 된다. 누치를 대상어로 하는 견지낚시는 대부분 여울의 중간까지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하는 중요한 이유는 여울의 중간 부분은 좀 더 멀리까지 미끼를 일직선으로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깻묵과 미끼를 동조시키는 것이 견지낚시에서는 중요하고 이는 순전히 물 흐름에 의지해야 한다. 여울의 가장자리에서 미끼를 흘려보면 얼마가지 못해 미끼가 여울을 벗어나 가장자리로 떠밀려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해도 물고기는 물어주지만 미끼가 깻묵과의 동조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조과에서 많은 차이가난다.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미끼와 깻묵의 동조를 만들고 이 안에서 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이 견지낚시의 중요한 요령이다.
견지낚시에서 초보와 고수의 차이는 뚜렸하다. 큰 물고기를 많이 걸어본 고수는 낚시를 하면서도 설장에 줄을 항상 겹치지 않게 촘촘하게 감는다. 큰 물고기를 걸었을 때 물고기가 순간적으로 힘을 쓰며 치고나갈 때(설장 탈때) 줄이 겹쳐져서 감겨있으면 그 부분에서 마찰이 일어나 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장에 감긴 줄만 보아도 고수와 초보를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딱 초보처럼 설장에 줄을 감는다.
큰삼촌은 예전에 할아버지도 견지낚시를 즐겨 하셨다고 했다. 본래는 붕어 찌낚시를 좋아하셨는데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찌가 잘 보이지 않았고 그때부터 견지낚시를 다니셨다고 했다.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해발 897미터) 뜬봉샘에서 발원한다. 북쪽으로 흐르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한강, 낙동강에 이어 대한민국의 3대 강이다. 무주, 진안, 금산, 영동, 옥천, 보은, 청주, 대전, 세종, 공주, 청양, 논산, 부여, 서천, 익산을 지나 군산만에서 황해로 흘러들어간다. 금산군에서는 적벽강, 부여군에서는 백마강, 공주시에서는 웅진강으로 불리는데 우리는 커다란 피라미와 갈겨니가 많은 금산군의 적벽강으로 견지 낚시를 갔다.
적벽강 맑은 여울에 남자 셋이서 나란히 섰다. 서로 많이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목표로 한 여울에 섰다. 물속에서 힘차게 여울을 오르며 헤엄치고 있을 물고기를 상상하며 누구보다도 힘차고 진지하게 견지줄을 흘린다. -2025.4.23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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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이낚시인의 견지낚시에 올라온 갈겨니(Pale Chub, 纵纹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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