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봄인데 물고기는 아직

중국 베이징 차오바이허강(潮白河) 플라이낚시

2025년 3월 25일, 아침 일찍 베이징의 북동쪽을 흐르는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을 찾았다. 작년 4월 20일쯤에 이곳에서 많은 수의 붕어를 플라이낚시로 잡았었고 겨우내 굶주렸을 허기를 채우느라 플라이 훅에 난폭하게 달려드는 끄리와 산란철이 임박하여 때지어 다니는 큼직한 살치를 잡았던 곳이다. 하루안에 여러 강을 둘러볼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새벽에 집에서 출발하여 베이징과 청더(承德, 예전에 황제가 여름 산장으로 쓰던 곳)를 잇는 고속도로(京承高速)를 30분쯤 달리고 20분쯤 작은 국도들을 달린 끝에 첫 번째 목적지인 차오바이허강(潮白河)에 도착했다. 차오바이허강은 하이허수계(海河水系)로 상류(密云水库)에서 차오허강(潮河)과 바이허강(白河)이 만나 두 강의 첫 글짜를 따서 차오바이허강(潮白河)이라고 이름지었다.

너무나 강한 바람에 낚시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차 트렁크에서 3호 플라이로드를 조립하고서 길을 나섰다. 차를 주차하고서도 25분 정도를 더 걸어 들어가야 목적한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면에 파도가 강해서 수면에서 물고기의 먹이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 물속에 잠긴 나무 사이로 납자루 치어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때지어 다니고 있었고 보기 드물게 아직 번식기에 접어들지 않은 물닭(Coot, 白骨顶) 20마리 정도가 호수 가운데에서 한 방향으로 때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얕은 곳에서 물고기의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16번 크기의 노란색 비드미노우 훅(Bead Minnow #16, Yellow and Red)을 가라앉혀 보았지만 물고기의 반응은 전혀 없었다.

오전에 약 4시간 동안 강가를 구석구석 돌며 물고기를 찾았다. 추운 날씨에 유난히 맑은 물과 바람에 심하게 출렁이는 호수의 물결을 보며 올 한 해 이곳에는 어떤 물고기들과 만날게 될지 궁금해졌다. 아직 플라이낚시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이지만 겨우내 기다렸던 시간이 가까워지며 예전보다 좀 더 일찍 호수 수면을 두드려보았다.

출렁이는 맑은 강물을 바라보며 플라이 라인을 던지면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정처 없이 떠다니던 모든 생각들은 지워지고 플라이 라인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듯이 자연스럽게 라인 끝에 달린 훅에 모든 정신이 집중된다. 금방이라도 물속에서 스멀스멀 훅을 향해 다가올 물고기의 검은 실루엣을 기대하며. -2025.3.25 Shin Ho Chul

물속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납자루 치어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