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하루에 두 끼 먹는다

물고기는 하루에 두 끼 먹는다.

아침 해 뜰 때 한 번, 저녁 해질 녁 한 번.

실제 제대로 먹는 것은 해질 녁 하루살이 등이 우화(羽化)할 때다. 아침은 저녁 공복에 너무 배가 고파서 먹는다.

확고한 어감으로 썼지만 개인적인 추측이다. 여러 해 낚시를 다녀보니 민물 낚시의 경우 낚시 장르와 어종 불문하고 대략적으로 그렇고 그렇더라는 추측이다(바다 낚시는 다르다). 대부분의 "대박"은 저녁 해질 녁에 터졌다. 낚시꾼들이 자주 "대박"을 터트리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저녁 해질 녁에는 우리도 가족들을 위해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체로 "대박"보다는 가족을 챙긴다. 만약 자주 "대박"을 터트리는 사람이 있다면...(배신이야! 배신!!)

춥고 바람 부는 험난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계류형 송어 플라이 낚시터에서 두 마리 정도의 무지개송어를 잡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거의 모든 훅과 방법을 동원 했지만 송어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왜 그럴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를 하루 종일 고민했지만 플라이 훅에서 그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오후 4시에 가까워지면 이제 포기하고 슬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무지개송어들이 수면까지 올라와 무언가를 먹기 시작했다. 너무 작아서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무언가를 삼키기 위해 커다란 무지개송어들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4시가 넘어가서 5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 갑자기 모든 송어들이 일제히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는 아무 훅이나 대충 묶어서(조금 과장됐다) 던지면 커다란 송어들이 물고 늘어졌다.

기다리는 업무 통화가 있어서 집에 조금 늦는다고 통보하고는(낚시꾼이라면 이해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읽고 있는 John Gierach의 책 제목이 "All Fishermen Are Liars"다) 오랜만에 "대박"을 즐겼다.

물살이 잔잔한 곳에 모여 있던 무지개송어들도 빠른 여울로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개체들이 먼저 빠른 여울로 올라섰다. 그래서 빠른 여울에서 거의 쉴세 없이 커다란 송어를 잡아 올리기 시작했다. 일정 수심 층을 공략하기 위해 플라이뱅크 사장님이 만들어 주셨던 부력 좋은 딱정벌레 훅(Foam Beetle #8, Black)을 묶고 아래에 내가 만든 송어 양식장 훅(#12, Black)을 묶었다(이곳 계류형 낚시터의 돌을 들어보면 어두운 색을 띄는 날도래 유충이 유독 많은데 어쩌면 사료가 아닌 날도래 유충으로 오인해서 삼키는 것일 수도 있다). 딱정벌레 훅의 등에는 흰색 폼이 추가되어 있어 검게 변하기 시작한 여울 수면에서 송어의 입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드라이 훅과 님프 사이의 줄 길이를 일부러 수심 만큼만 주어서 님프가 중간 혹은 그 보다 더 높은 수심층에 머무르도록 했다. 이렇게 했을 때 물고기가 약간 떠 올라서 훅을 삼키고 다시 내려가면서 드라이 훅이 확실하게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신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님프 훅이 드라이 훅 보다 먼저 앞에 떠내려 가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만약 물고기가 머무는 수심층에서 님프 훅을 삼킨다면 드라이 훅이 물고기를 지나서 줄 길이 만큼 더 떠내려 갔을 때 입질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는 계속 내 낚싯대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가족들이 굶는다는 생각에 5시 30분에 과감히 훅을 끊어 훅 박스에 넣고 낚싯대를 접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추운 날씨에도 정말 땀 나도록 열심히 낚시 했던 것 같다. 당연 식탁 앞에서는 "예의 없이 저녁 시간에 길게 업무 전화하는 놈"을 욕하는 것으로 "대박" 조행을 대신해야 했다. -2025.2.24 Shin Ho Chul

해질 녁 베이징의 계류형 낚시터에서 올라온 50센티미터 열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