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놀이,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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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ierach의 책 "All Fishermen Are Liars(뻥쟁이 낚시꾼들)" 1장에서 작가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을 읽으며 어린 시절 낚시하던 생각이 났다.
1990년도 시골 마을 슈퍼에는 찌까지 포함한 100원짜리(당시 아이스크림이 100원이었다) 찌낚시 채비를 팔았다. 실 톱 하나 들고 근처 대나무밭에서 마음에 드는 대나무 하나 설이 해서 줄 길이만 조절해서 묶으면 바로 낚시할 수 있었다.
가끔 대나무밭 주인에게 잡혀서 야단을 맞았다. 한번은 대나무밭 주인이 어떻게 알고 어두운 대나무 사이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 톱질 하다가 순간 대나무 사이에 조용히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아저씨를 발견하고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 무언가를 잡으러 가서 그 무언가 때문에 기겁한 경험들이 있는데 한번은 꿩을 잡는다며 작은 작대기를 하나씩 손에 쥐고 동네 꼬마들 다섯 명이 산속의 갈대숲으로 갔다. 왜 꿩을 잡아야 하는지는 생각해본적 없다. 앞에 동네 친구들이 시끄럽게 작대기를 휘두르며 갈대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맨 뒤에서 서서 지나가는데 바로 옆의 우리 키보다 훨씬 높은 갈대 사이에서 무언가 시커먼 것이 천천히 일어났다. 나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고 시커먼 동물이 한없이 커지는 그것을 느끼며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그건 갈대숲에 숨죽이고 숨어있던 장끼(수컷 꿩)였다. 어째서 내가 지나갈 때 녀석이 수직 이륙할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 마치 내 바로 발 옆 갈대숲에서 무언가 천천히 일어서는 것 같았다. 장끼는 그렇게 갈대숲을 수직 이륙한 후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가로질러 건너편 산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땅을 파서 지렁이를 잡거나 집에서 남은 찬밥에 된장을 조금 섞어서 낚시 미끼로 썼다. 엄마 몰래 부엌에서 티 안 나도록 찬밥을 가져 나오던 기억도 난다.
채비 묶는 법도 수심 맞추는 법도 몰랐다. 그저 낚싯대에 미끼만 있으면 됐다. 100원짜리 채비를 묶은 대나무 낚싯대에 지렁이(혹은 밥풀) 한 봉지만 있으면 반나절 실컷 붕어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자연에는 재미있고 놀 것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에 낚시는 그중 한 가지 놀이에 불과했다. 우리는 아주 가끔 낚시로 물고기 잡는 놀이를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낚싯대를 들고서 강가로 간다.
장비와 미끼가 바뀌었지만 그 마음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즐거운 놀이다.
다시 30년이 지나도 나는 가끔 낚싯대를 들고서 강가로 가서 낚시 놀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예전에 사심 없이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은 이제 없다.
-2025.2.9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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