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즐거운 놀이, 낚시

John Gierach의 책 "All Fishermen Are Liars(뻥쟁이 낚시꾼들)" 1장에서 작가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을 읽으며 어린 시절 낚시하던 생각이 났다.

1990년도 시골 마을 슈퍼에는 찌까지 포함한 100원짜리(당시 아이스크림이 100원이었다) 찌낚시 채비를 팔았다. 실 톱 하나 들고 근처 대나무밭에서 마음에 드는 대나무 하나 설이 해서 줄 길이만 조절해서 묶으면 바로 낚시할 수 있었다.

가끔 대나무밭 주인에게 잡혀서 야단을 맞았다. 한번은 대나무밭 주인이 어떻게 알고 어두운 대나무 사이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 톱질 하다가 순간 대나무 사이에 조용히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아저씨를 발견하고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 무언가를 잡으러 가서 그 무언가 때문에 기겁한 경험들이 있는데 한번은 꿩을 잡는다며 작은 작대기를 하나씩 손에 쥐고 동네 꼬마들 다섯 명이 산속의 갈대숲으로 갔다. 왜 꿩을 잡아야 하는지는 생각해본적 없다. 앞에 동네 친구들이 시끄럽게 작대기를 휘두르며 갈대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맨 뒤에서 서서 지나가는데 바로 옆의 우리 키보다 훨씬 높은 갈대 사이에서 무언가 시커먼 것이 천천히 일어났다. 나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고 시커먼 동물이 한없이 커지는 그것을 느끼며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그건 갈대숲에 숨죽이고 숨어있던 장끼(수컷 꿩)였다. 어째서 내가 지나갈 때 녀석이 수직 이륙할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다. 마치 내 바로 발 옆 갈대숲에서 무언가 천천히 일어서는 것 같았다. 장끼는 그렇게 갈대숲을 수직 이륙한 후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가로질러 건너편 산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땅을 파서 지렁이를 잡거나 집에서 남은 찬밥에 된장을 조금 섞어서 낚시 미끼로 썼다. 엄마 몰래 부엌에서 티 안 나도록 찬밥을 가져 나오던 기억도 난다.

채비 묶는 법도 수심 맞추는 법도 몰랐다. 그저 낚싯대에 미끼만 있으면 됐다. 100원짜리 채비를 묶은 대나무 낚싯대에 지렁이(혹은 밥풀) 한 봉지만 있으면 반나절 실컷 붕어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자연에는 재미있고 놀 것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에 낚시는 그중 한 가지 놀이에 불과했다. 우리는 아주 가끔 낚시로 물고기 잡는 놀이를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낚싯대를 들고서 강가로 간다.

장비와 미끼가 바뀌었지만 그 마음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즐거운 놀이다.

다시 30년이 지나도 나는 가끔 낚싯대를 들고서 강가로 가서 낚시 놀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예전에 사심 없이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은 이제 없다.

-2025.2.9 Shin Ho Chul

마카오 여행 중 검은모래해안(黑纱海湾)의 바위 사이에서 발견한 처음 보는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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