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2024년 7월 20일 베이징 차오바이허강 플라이낚시

베이징은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

본래는 토요일 아침에 플라이낚시 계획이 없었으나 밤새 내린 비로 강 그리고 물고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새벽까지도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는 시원했다. 강물도 시원하게 불어나 있었다. 그렇게 한껏 기대감에 낚시를 시작했다. 최근 처음 타잉한 노란색과 빨간색 깃털을 섞은 비드 미노우 훅(Bead Minnow #16)을 달아 첫 캐스팅을 했다.

습관적으로 멀리 있는 큰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바로 공략하지 않고 가까운 위치부터 공략해 나갔다. 금세 작은 끄리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작은 끄리를 상대해가며 드디어 본래 목적했던 위치에 훅을 떨어뜨렸을 때 물속에서 큼직한 물고기가 몸을 누우며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순간 챔질 했지만 물고기의 입이 커서 그런지 순간 묵직한 무게를 전달하고는 금방 빠져버렸다. 이날 받은 처음이나 마지막 큼직한 끄리의 입질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많은 피라미와 끄리가 아직 산란 중이었고 꽤 오랫동안 산란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큰 비로 인해 산란이 일제히 멈추었고 물가에 있던 큼직한 물고기들의 그림자는 사라졌다. 추측에는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에 물고기들이 흩어진 것 같았다. 물고기는 변온동물이라서 확실히 수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 하다.

며칠 후에 다시 예전과 같이 얕은 곳에서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이 관찰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 다시 한번 확인하러 와 볼 계획이다.

이렇듯 자연은 예상과 벗어날 때가 많다. 내 생각에는 큼직한 물고기를 많이 잡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커져 있었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해야만 했다.

플라이낚시가 쉬울 때 아주 쉽게 느껴지다가도 안될 때는 아주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런 자연의 변덕이 한 목 한다. -2024.7.20 Shin Ho Chul

Bead Minnow
비드 미노우 훅(Bead Minnow #16)
반짝이 실 세 가닥을 세 번에 나누어 감고 노란색 깃털을 감거나
빨간색 깃털을 감았었는데
이날은 반짝이 실을 두 번에 나누어 감고 빨간 깃털과 노란 깃털을 감아 보았다.
후에 개선해야겠다고 느낀 것은 노란 깃털을 좀 더 두껍게 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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