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낚시 대상어로서의 보리멸

바다 플라이낚시

최근 바닷가에서 보리멸(Northern Whiting, 沙尖) 플라이낚시에 성공했다. 며칠 연속으로 여러 마리의 큼직한 보리멸을 잡으면서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한다.

이번에 잡고 관찰된 보리멸은 20센티미터에서 30센티미터 크기였고 청보리멸(Sillago)이라고 해서 50센티미터까지 크는 보리멸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얼핏 눈으로 어림짐작했을 때 30센티미터는 훌쩍 넘을 듯한 물고기 3, 4마리가 항상 보리멸 때와 같이 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추측에는 청보리멸일 듯하고 딱 한 번 물고기의 바늘털이와 무게에 0.8호 티펫 중간이 끊어진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청보리멸이 아니었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보리멸(Northern Whiting, 沙尖)의 머리는 원통형이고 주둥이는 길고 뽀족하게 생겼다. 모래속에 숨은 갑각류 등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래 바닥에 바짝 붙어 먹이 활동하는 것은 맞지만 플라이 훅(Fly Hook)으로 바닥부터 꼬득이면 수면까지 거침없이 따라 올라왔고 꽤 난폭하게 플라이 훅을 덮쳤다. 큼직한 보리멸 여러 마리가 빠른 속도로 동시에 플라이 훅을 쫓는 모습은 꽤 자극적이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등쪽은 담황색이고 배는 하얗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리멸의 몸통은 얼핏 모래의 색과 비슷하지만 먹이 활동하는 보리멸 때의 실루엣이 정확하게 구분되었다.

손에 쥐었을 때 보리멸의 작은 비늘은 쉽게 벗겨져서 손에 묻었다. 올려진 후에도 바늘털이가 심해서 한 손으로 잘 쥐어지지 않았고 등 지느러미가 꽤 딱딱하고 뽀족해서 주의해야 한다. 다른 바다 낚시 영상을 보면 물고기 집게라고 하는 것으로 전갱이 등의 물고기를 잡던데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플라이낚시로 보리멸을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허리에서 가슴정도 깊이의 수심에서 먹이 활동하는 보리멸 때를 찾는 것이다. 모래가 깔린 곳 바닥권에서 때를 지어 먹이 활동하는데 50마리 정도가 때를 지어 다니고 항상 같은 장소에 머무르고 있으니 보리멸이 있는 장소를 찾았다면 반은 잡은 것이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만조 때도 간조 때도 비슷한 위치에서 먹이 활동을 했는데 만조 때는 수심이 깊어져서 플라이낚시로 공략하기에는 만조 때 보다는 물이 빠져 수심이 얕아진 간조때가 유리하다고 느껴졌다. 어떤 물고기들은 만조 때와 간조 때 먹이 공경성이 완전히 달라지지만(보통 만조 때 난폭해진다) 보리멸의 경우 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보리멸을 찾았다면 플라이 훅을 캐스팅해서 바닥 가까이까지 잠길 때까지 기다린다. 모래 지역에 있으므로 밑걸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플라이 훅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다면 분명 보리멸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러면 일정 리듬을 주며 훅을 당기고 멈추고를 반복하면 플라이 훅을 따라 수면으로 떠오르는 보리멸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두 번 당기고 잠깐 쉬고 세번 당기고 잠깐 쉬고 하는 식으로 보리멸이 훅을 덮치는 패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당길때는 꽤 빠르고 길게 당겨야 효과가 좋았다. 보리멸의 생김새와는 다르게 굉장히 난폭하게 플라이 훅을 물었고 생각보다 묵직한 무게로 바늘털이를 했다. 어쩌면 바다 물고기들의 공통적인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검은색, 흰색의 플라이 훅에는 관심이 없고 노란색 훅에 유독 잘 반응했다. 준비한 훅의 모양과 색상이 체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은 좀 더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노란색 깃털로 만든 훅에 잘 반응하는 것과 바벨아이(Barbell Eye)가 달린 것과 작은 금색 프로펠러(Propeller)가 달린 훅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리멸은 무는 부위가 플라이 훅의 머리 부분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여러 부위를 무는 듯해서 플라이 훅의 꼬리 부분(Tail)은 짧은 것이 후킹(Hooking)에 유리했다.

3호 로드(3 weight rod)로 15미터에서 20미터를 캐스팅해서 잡아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크기에 비해 힘이 좋고 무게감이 있어서 1호 이상의 티팻(Tippet)을 추천한다. 나는 1.2호(4X) 티팻을 주로 사용했다.

며칠 동안 하루 두 시간씩 보리멸 플라이낚시를 하면서 3호 로드(Rod)로 노려볼 수 있는 꽤 훌륭한 바다 플라이낚시 대상어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분들이나 다른 원투 낚시하시는 분들이 해변에서 원투낚시로 보리멸을 잡고 있다면 플라이낚시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리멸이 활동하는 수심도 허리에서 가슴 정도 깊이(1.5미터)에서 자주 활동하는 것을 눈으로 여러 번 확인했기에 플라이낚시로 노리기에 부담이 없고 해변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기에 캐스팅 거리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고 느껴졌다.

현지 분들은 보리멸을 맛있는 물고기로 인식하고 있었고 잡은 보리멸은 현장에서 손질해서 집으로 가져가셨다. 나는 잡은 보리멸을 한 마리도 취하지 않고 놓아주었는데 바다 물고기라고 하지만 그 수량에는 한계가 있고 생각보다 수량이 한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놓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나는 처음에 조금 높은 위치에서 눈으로 물속을 내려다보면서 보리멸을 잡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너무 보이는 물고기에만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물속이 보이지 않는 조금 먼 거리로 캐스팅해서 같은 요령으로 보리멸을 꼬드겼을 때 오히려 큰 보리멸의 겁 없는 경쾌한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다.

바다 플라이낚시 후에는 로드(rod), 릴(reel) 등을 반드시 흐르는 민물로 깨끗하게 새척해 주어야 한다.

지금 고민되는 것은 다음번에 바다 플라이낚시를 할 때 밑밥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다. 밑밥을 뿌리면 물고기들의 먹이 활성도를 올려주고 작은 물고기가 모이면 그 작은 물고기를 먹기 위해 큰 물고기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 단점은 낚시가 번거러워지고 짐이 많아지고 낚시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일 것이다. 만약 여러 명이서 같이 플라이낚시를 갔다면 한 사람 정도는 밑밥을 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어렵다.

다음 바다 플라이낚시를 기대해 본다. -2025.7.27 Shin Ho Chul

보리멸(Northern Whiting, 沙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