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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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가 뭐라고
오랜만에 왕형과 전화 통화했다. 날씨가 아직도 많이 추운 요즘도 붕어 찌낚시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이제 호수에 얼음도 대부분 다 녹았으니 곧 같이 붕어 낚시를 가자고 한다. 몇 달 만에 연락해도 어제 본 것만 같이 친숙하다. 일로 만났고 낚시로 친해졌고 낚시로 만나고 있다.
추워서 손이 얼어도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에 젖은 플라이라인을 캐스팅 한다. 플라이 로드의 가이드에 계속해서 얼음이 얼어붙고 열심히 얼음을 부셔가며 캐스팅하며 강가에 하루 종일 서 있다.
이제는 밤낚시를 다니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요일 오후 늦게까지 근무하고 밤 붕어 찌낚시를 하러 강가로 가서 밤을 새우며 찌를 바라보았다. 4월 어느 추운 날은 박형과 밤새 낚시하고서 둘 다 다음날 지독한 독감이 걸려 며칠을 알아 누웠다.
새벽같이 일어나 책상에 앉아 플라이 훅을 타잉 한다. 꿈에서 본 것 같은 상상력을 보태어 한 시간 넘게 열심히 작은 훅에 화려한 깃털들을 자르고 묶는다. 자다가도 타잉 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번쩍 뜬다.
좀 전까지만 해도 일에 지쳐 곧 쓰러질 것 같다 가도 낚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난다. 몇 시간을 차를 몰아도 피곤한 질 모른다.
잘 아는 동생은 내가 낚시 이야기만 하면 후광에 빛이 난다고 한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지쳐 쓰러져 잠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낚시 이야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떠들고 있다고 했다.
고된 업무에 아무리 지쳐도 왕형이 낚시 가자고 하면 새벽같이 강가로 갔다. 어느날 아침은 붕어가 찌를 올렸다 내렸다 한참을 가지고 노는데도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보고서 답답했던 왕형은 그럴 거면 차라리 집에 가서 잠을 자라고 했었다. 푹신한 침대도 나쁘지 않지만 시원한 강가(江边)가 그보다 더 좋았다.
중학생 때쯤이었을 것이다. 아빠와 둘이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한겨울에 할 줄도 모르는 바다 낚싯대를 들고서 바닷가 갯바위에 눈과 파도를 맞으며 하루 종일 서 있었다. 물고기 얼굴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그냥 하루 종일 눈을 맞으며 서 있었던 기억만 난다. 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바다와 하얗게 내리는 눈으로 가득했던 풍경만이 기억난다.
낚시가 뭐라고
-2025.3.14 Shin Ho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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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바늘 어떤 상상력을 입혀서 물고기를 꼬시러 나가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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