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마법에 걸린 물고기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미국인 레이첼 이사도라(Rachel Isadora)의 그림 동화책 "The Fisherman And His Wife"를 읽었다. 책은 "마법에 걸린 물고기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Everyone Knows Enchanted Fish Can Grant Wishes)."라는 문구로 시작했다.

우선 책의 제목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책을 펼쳤다. 나는 열심히 낚시 다니는 남편과 불평하는 부인의 모습을 상상했으나 당연하고도 다행이게도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야기는 낚시꾼이 저녁 거리로 사용할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마법에 걸린 말하는 도다리(Flounder)를 잡으면서 시작된다.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고(Catch And Release)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남편에게 도다리를 다시 찾아가 소원을 말하라고 하고 처음에는 점점 더 큰 집을 소원하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높은 권위를 소원 한다. 도다리는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고 끝내 신이 되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에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 놓는다.

낚시꾼 남편의 불안한 마음을 반영하는 듯이 아내의 소원이 커질 때 마다 바다는 점점 더 성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마지막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낚시꾼 남편의 표정은 다시 편안해졌다.

많은 재물과 높은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손에 쥔다고 해도 결국 필요한 것은 내 한 몸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과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한 끼 음식일 것이다. 하지만 "가져본 자만이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 있다"라고 했던가? 우리는 때론 필요하지 않은 공간을 위해 혹은 화려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은 음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게도 만약 마법에 걸린 물고기가 잡힌다면 나는 무엇을 소원할까? -2025.2.16 Shin Ho Chul

The Fisherman And His Wife
The Fisherman And His Wife
마법에 걸린 도다리에게 아내의 소원을 말하고 있는 낚시꾼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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