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천국

가을이 깊어졌다. 여름에는 5시면 날이 밝았지만 지금은 6시가 넘어가야 날이 밝기 시작하고 여름에는 8시가 되어야 어두워 졌지만 지금은 6시만 되어도 어둡다. 아침 저녁은 춥고 햇볕이 쨍쨍한 대낮에도 그늘 아래에 있거나 바람이 불면 쌀쌀하다. 반팔과 반바지는 옷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두꺼운 옷들이 밖으로 나온다.

가족들과 집근처 산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산의 나뭇잎들은 이미 울긋불긋 했고 어떤 나뭇잎들은 특별히 아주 빨갛고 아주 노랗게 물들었다. 가족들과 하루종일 걸었다. 산을 오르고 사진 찍고 먹고 마시고 산을 내려오고 평지를 걷고 자전거타고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며 하루종일 곱게 물든 나뭇잎에 둘러싸여 보냈다. 몸은 힘들었지만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며서로 응원도 하며 지나간 시간들. 고운 단풍잎처럼 우리 마음도 곱게 물들였다.

자연이라는 예술가가 계절이라는 물감으로 세심하고 웅장하게 그려놓은 풍광은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정화해 주었다. 남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러한 풍경에 매료되어 발길을 멈추는 것을 보며 어쩌면 우리의 본능은 시멘트 구조물이 아니라 이러한 자연을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노르웨이로 이민간 한 한국분이 이런 표현을 했다고 한다"한국은 신명나는 지옥이고 노르웨이는 지루한 천국이다". 나는 비록 노르웨이에 있지는 않지만 오늘 하루 "지루한 천국"에서 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022.10.23 Shin Ho Chul

단풍나무
중국 베이징 가을, 단풍나무

Fly Fishing and 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