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이 밝아오는 새벽에 깊은 산속 계곡을 홀로 걸어 올라 간다. 점점 사람들의 인기척도 사라지고 가끔 보이던 사람들의 흔적 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갈때 쯤 작은 두려움을 마주한다. 커다란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숲 속에서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너무 작아 몸을 굽혀 유심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발견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은 마법과도 같은 초능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숲속의 요정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 한다. 단, 숲 속의 동화는 평화롭지 않다. 먹고 먹히는 수겁의 먹이사슬 속에서 생존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은 숲속의 요정처럼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맑고 찬 공기를 마시고 차가운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 안을 향하던 모든 감각은 이제 모두 밖을 향하고 있다. 저 앞에 있는 어두운 나무 그림자에 신경이 쓰이고 발 밑을 빠르게 지나가는 바위틈에도 신경이 쓰인다. 내 눈과 귀는 더욱 민감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신경이 간다. 모든 생명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 같은 길은 없다. 다른이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걸었던 길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꼰대"라고 한다. 다른이에 대한 존중이 빠진 자신의 권위를 위해 도구 삼으려는 행위. 이 또한 나만의 길 위에 놓여진 장애물이라면 과감히 뛰어넘자. 길, 우리는 항상 길 위에 있다. -2022.7.17 신호철 총칭 찐따오씨아(金刀峡)

플라이낚시 경력

제목에 경력이라는 단어를 사용 하려니 부끄럽다. 30년을 넘게 즐기시는 분들도 있는데 2014년에 시작해서 이제 막 4년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2017년의 마지막 날 그 동안의 플라이피싱을 돌아보고 싶었다.

가장 미련이 남는 것은 시작한지 4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타잉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본업을 두고서 집에서 까지 바늘을 만지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앞으로는 타잉에 대한 경험도 조금씩 쌓아갈 예정이다. 플라이피싱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얼마 전 타잉 장비 일부를 구입 해 두었지만 아직은 장식품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틈틈이 한국의 이곳 저곳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물고기를 많이 잡기 보다는 새로운 곳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셨다. 그리고 현지 분들과 대화를 통해 한 번의 여행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정보들을 얻고 계셨다. 이미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 먼저 의지하는 나에게는 배울만한 점이었다.

어머니,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만약 플라이피싱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들을 집에서 노트북만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한 10년쯤 후에 한국의 고성과 같이 사람들 인심이 좋고 플라이피싱 조건이 좋은 곳에 넓게 터를 잡고 플라이피싱을 하며 내가 느꼈던 좋은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편하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 한다.

나는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플라이피싱을 통해 큰 힘을 얻었다.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계곡에 서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등지고서 플라이 라인을 날리고, 깊은 산속 새벽에 시원한 공기를 폐로 하나 가득 밀어 넣으며 계곡 물에 내려서고, 깊은 계곡 속의 나뭇잎과 물 표면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차분 해 지는 마음을 느끼고, 가을에는 정열적으로 물든 빨간 낙엽 들이 떨어지는 계곡을 걸었던 시간들을 회상 한다.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2017.12.31 Shin Ho Chul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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